노르웨이숲 무라카미하루키
"많이 힘들었지? 장례식이나 여러 가지 일들로..."
"장례식 같은 건 간단해. 나한테는 익숙하니까. 하루하루 간병으로 고생하는데 비하면 소풍 같지 뭐 너무 지쳐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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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은 내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진흙탕과도 같았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신발이 쑥 빠져버릴 것 같은 깊고, 무겁고, 끈적이는 수렁. 그 진흙탕 속에서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걸어갔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끝도 없이 시커먼 진흙탕 길이 이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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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얼굴도 들지 않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낼 따름이었다. 내 눈에 비친 것은 무한히 이어지는 수렁뿐이었다. 오른발을 들어 올리고 외발을 들어 올리고 다시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확신도 없었다. 다만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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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은 자와 함께 살았다. 죽음이란 삶을 구성하는 요인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는 죽음을 머금은 채 거기서 살아갔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있다.' 그것은 분명히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가는 것이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었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에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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