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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May 03. 2023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사람

11.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그는 그곳에서 한 늙은 뱃사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뱃사공은 한나절 정도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강가에 살고 있으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현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빈다는 휴식을 끝내고 다시 순례길에 나섰을 때 그 뱃사공을 만나보고 싶은 열망 때문에 나루터로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싯다르타는 말하였다. “누군가 구도를 할 경우에는, 그 사람은 오로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으며, 자기 내면에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생기기 쉽지요. 그 사람은 오로지 항상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자네 싯다르타 아닌가?” 그는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이번에도 하마터면 자네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군. 싯다르타 나의 길을 떠나기 전에 자네에게 한 가지 묻는 것을 허락해 주게. 자네는 어떤 교리를 가지고 있지? 자네가 추종하는 어떤 믿음이나 지식이 있나?”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이보게 친구, 그 옛날 젊은 시절 우리가 숲 속의 고행자들과 함께 생활하였을 때 이미 내가 그 가르침들과 스승들을 불신하게 되어 그들에 등을 돌렸다는 것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 후에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 그 이후로 나는 많은 사람들을 스승으로 삼게 되었지. 한 아리따운 기생이 오랫동안 나의 스승이었으며, 한 부유한 상인이 나의 스승이었으며, 몇몇 주사위 노름 꾼들도 나의 스승이었네. 언젠가 한 번은 떠돌아다니는 불제자 한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된 적도 있지. 그는 내가 숲 속에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순례하던 도중 발걸음을 멈추고 내 곁에 앉아 나를 지켜봐 주었네. 그 한테도 나는 배웠으며, 나는 여기 이 강으로부터, 그리고 내가 뱃사공 일을 하기 전에 이 일을 맡아하고 있었던 나의 전임자 바주데바한테서 가장 많이 배웠다네. 그 사람은 매우 소박한 사람이었지. 그는 사상가는 아니었지만, 타마에 못지않게 필연의 이치를 깨닫고 있었네. 그는 완성된 자이자 성자였네.”




싯다르타(1922), 헤르만 헤세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지 또는 왜 죽어야 하는지를 궁금해하고 답을 찾는 존재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철학할 수 있는 존재기도 하다. 이런 점이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깨달음을 을 수 있으며, 특히 자기 내면으로부터 나아갈 방향과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존재다.




“고빈다 내가 얻은 생각들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수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지혜를 가르칠 수는 없네.”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 현존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일면적인 것이 아니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그런데도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네.”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에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이미 자기 내면에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싯다르타(1922), 헤르만 헤세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디든 존재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면

천하고 귀한 것, 추잡하고 아름다운 것이 공존한다면, 이것을 안다면, 조금 더 가슴을 열고 살아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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