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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Dec 23. 2023

나와 가장 가까운 그것

우리는 인간인가? 디자인-인간의 고고학ㅣ베아트리츠 콜로미나&마크 위글리

나와 가장 가까운 그것

나는 수많은 휴대폰 중독자 중 한 사람이다. 휴대폰 기기 사용량을 알려주는 리포트에 따르면 나는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책을 읽거나 글쓰기 할 때를 제외하고는 주로 휴대폰으로 이메일 업무를 보고, 검색을 하고, 동영상 강의도 듣는다. 휴대폰을 수시로 어루만지고 잠들 때도 손을 뻗으면 닿는 근거리에 두는 편이다. 아래 글을 읽고 내 이야긴 줄 알았다. 짙은 녹색의 슈피겐 케이스가 씌워진 휴대폰 보다 나와 스킨십을 자주 나누고, 감정과 생각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존재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15 호모셀룰러


"1983년 휴대전화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정신은 극도로 변화했다. 세계인의 80%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 기계는 인생의 보조품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휴대전화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침에 마치 아기를 어루만지는듯한 부드러운 손길로 감싸는 첫 번째 물건이자 밤에 잠들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지는 물건이다. 대다수는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휴대전화를 놓고 잠들 때 아예 침대에 놓고 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없을 때 자신이 벌거벗었고, 무능하며, 아주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휴대전화의 사용 실태가 심각하지 않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매일 백번 넘게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하루에 거의 5시간 동안 사용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그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한 사람의 중요한 일부로써 조심스럽게 보관되며 마치 그 사람 자체가 기기를 통해 그 장소에 존재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만져진다. 밤에 잠에서 깨어 이 기기를 확인하는가 하면, 3분에 1 이상은 성관계를 하는 도중에도 전화를 받는다고 인정했다. 휴대전화는 사람들이 자신이라고 느끼는 것의 일부가 되었다."



어떤 인간 보다도 나와 가까운 손바닥만 한 존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애석한 기분마저 든다. 이 녀석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은 다시 올 수 있을까? 계속해서 나를 면밀히 읽어내는 그의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니 오히려 나를 더 제대로 알려줘야겠다는 사명감 마저 든다. 앞으로 더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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