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 15] 금전보상과 동기부여의 역설
흥부는 '은 한 냥'을 받고 다른 사람 대신 곤장 100대를 맞았다.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조선 후기에 이런 매품팔이 관행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 돈으로 고통을 사고파는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징집대상자들은 대리인을 고용해 전쟁터에 복무하게 할 수 있었다(Sandel, 2009). 대리인을 구하면서 신문광고에 제시된 금액이 최고 1,500달러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부자들의 전쟁, 가난한 자들의 싸움'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금액이 너무 높아 불만이 터져나오자, 정부는 직접 대리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300달러를 내면 징집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당시 300달러는 노동자의 일 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매년 최저임금 시급 인상을 두고 근로자, 사용자, 공익 대표자들이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한다. 그렇게 해서 정해지는 시급 인상액은 '몇백 원' 수준이다. 한편, 최근 일부 대기업은 직원 1인당 평균 1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돈은 사람들이 대신 형벌을 받게 하고, 목숨 걸고 전쟁터에 나가게 할 정도로 강력한 수단이다. 그렇지만, 돈으로만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컴퓨터 화면 왼쪽에 작은 원이, 오른쪽에 사각형 박스가 있다. 원을 마우스로 당겨서 사각형 박스에 넣으면 박스에 들어간 원은 사라지고, 원래 위치에 새로운 원이 나타나는 단순한 게임이 프로그램되어 있다.
실험대상자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5분 동안 가능한 많이 원을 사각형 박스에 넣어 보라고 하고 나서 그 횟수를 측정했다(Ariely, 2008). 실험집단별 보상 수준을 다르게 정하고, 대가를 받는 참가자들에게는 미리 돈을 지급했다.
<예시 그림> AI 활용 생성
A그룹 : 참가 대가로 '5달러' 지급
B그룹 : 참가 대가로 '50센트' 지급
C그룹 : '대가를 지불하지 않음'. 아예 돈 얘기를 하지 않고, 단지 게임 개발 테스트를 위한 것이라고 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함
실험결과 원을 박스에 넣은 평균 횟수는 A그룹이 159회, 더 적은 돈을 받은 B그룹은 101회였다.
돈을 받지 않고 실험에 참가한 C그룹은 몇 번을 넣었을까?
더 큰 돈으로 보상을 받은 A그룹보다도 많은 168회였다.
비슷한 현상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에 인센티브를 도입한 경우를 보자.
이스라엘 고등학생들은 매년 하루 정해진 날에 가정을 방문해서 암 연구나 장애아동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자원봉사하는 학생 180명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하였다(Gneezy & Rustichini, 2000).
시작하기 전 모든 참가자들에게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짧은 연설을 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별도 인센티브가 없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모금액의 1%를, 세 번째 집단에게는 모금액의 10%를 인센티브로 주겠다고 했다. (인센티브는 모금액에서 떼어 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 예산으로 지급한다고 명확하게 안내했다.)
실험 결과, 인센티브를 받지 않은 집단의 모금 성과가 가장 높았다. 10% 인센티브를 받은 집단이 그다음으로 높았고, 1% 인센티브를 받은 집단이 가장 낮았다.
도덕적 목적이 더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데, 인센티브를 받는 순간 사회적 규범보다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는 변호사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은퇴자들에게 시간당 30달러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변호사들의 대답은 “아니요(No)”였다.
그런데 AARP의 프로그램 매니저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변호사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은퇴자들에게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변호사들이 “예(Yes)”라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금전 보상이 성과를 높인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을 움직일 때에 경제적 논리가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단지 돈 때문만이 아니라, 명분과 목적을 위해서도 행동한다. 때로는 돈이 오히려 자부심과 의욕을 약화시켜 성과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 참고자료
Sandel, M. J., 『정의란 무엇인가』(2009). 와이즈베리, 124-128. (김명철 역)
Ariely, D., 『Predictably Irrational』(2008). HarperCollins, 69-72.
Gneezy, U., & Rustichini, A. (2000). Pay Enough or Don’t Pay at All.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5, 791–810.
** 이미지 : AI 활용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