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아침 바다를 보면서

변화와 시간에 대한 짧은 생각

by witsfinder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이다. 한 번 발을 담갔던 강물은 이미 흘러갔고, 그 사이 자신도 변했기 때문이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며 어떤 것도 고정된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수에 가면 동쪽으로 오동도와 경상도 남해군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숙소가 있다. 3년 전 어느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커튼을 걷어내고 기다렸다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다시 같은 위치에 돌아와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닷물도 바뀌고 섬과 산, 나무도 조금씩 달라졌겠지만 장소는 그대로다. 그동안 몸의 세포도 바뀌었다. 오래된 기억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억이 쌓였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고 해결하면서 생각도 달라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라는 자아(ego)는 바뀌지 않았다.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3년이라는 '시간''빠르게' 지나갔다. 우선 시간의 빠름과 느림은 인간의 주관적 인식임이 직관적으로 명확하므로 이 문제는 잠시 곁에 두자.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시간 자체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펼쳐 본다.


절대적인 힘이 우리가 있는 태양계 내의 모든 변화를 인류가 정한 시간 단위인 하루 24시간 동안 그대로 멈춘다고 가정해 보자.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모든 행성들의 공전과 자전도 멈추고,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의 활동 등 가장 미세한 단위의 물질 운동도 모두 그대로 정지한다. 당연히 시계도 작동하지 않는다. 정지된 영상 화면처럼 멈추었다가, 24시간 후 모든 생명과 물질이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24시간 동안, 우리가 존재하는 태양계의 ‘시간’은 멈춘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24시간은 흘렀다고 봐야 하고, 단지 그동안 작은 우주 안의 변화가 정지되었을 뿐일까?


과연 시간이라는 것이 있을까? 시간은 인간이 만든 개념이 아닐까? 변화와 변화 사이의 순서와 간격을 측정하고 소통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약속일 것 같다. 결국 시간은 없고 영원히 존재하는 '현재'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빛이 우주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휘어진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물리적인 변화 사이의 간격이 힘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단지 관념이라면 시간이 휘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수 아침 바다를 바라보면서 결코 답을 얻기 어려운 짧은 상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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