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의 까마귀

인간의 경이, 자연의 일상

by witsfinder

전망대에 가기 위해 대형 케이블카를 타고 기차역까지 오른 뒤, 바위산을 뚫어 만든 터널 속 산악열차로 갈아탔다. 1800년대 후반부터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바위를 깨뜨리며 터널을 뚫었고, 그 당시 기술로는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마침내 융프라우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 도착했다. 만약 이곳까지 걸어서 올라온다면 목숨 건 등반을 해야 것이다.


눈 덮인 풍경은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감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아득한 곳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울 뿐이다.


그때, 한 마리 까마귀가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선글라스 낀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듯이, 그 검은 새가 응시하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선명한 노란색 부리의 방향만으로 그 시선을 짐작할 뿐이다. 생각에 잠긴 듯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득한 옛날부터 까마귀가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와 열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암반을 뚫어 터널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 부리 까마귀는 새삼스럽게 흥분하거나 감격하지도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빙하 위로 날갯짓해 올라와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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