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면접에서 인상관리
"강사님 얼굴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네요."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와 걷던 길이었다. 함께 수업을 듣는 교육생이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네, 정말 그러네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강사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로의 마음속에는 말을 하지 않은 비슷한 생각의 잔상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쓸고 있을 때, 한 대학교에서 1년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대부분 교수들의 전공 강의였지만 교양 과목도 포함되어 있어, 나는 영어회화 수업을 선택해 일주일에 두 번씩 수강했다.
3월 개강 때부터 그 강사는 수업 시간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그러다 여름으로 접어든 6월 어느 날, 발음하는 입 모양을 보여주겠다며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 뒤 가려져 있던 얼굴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잠시 동안 큰 충격을 받았다. 석 달 넘게 무의식적으로 상상해 온 얼굴과 실제 모습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외모의 수려함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동안 그 강사의 눈빛과 목소리,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통해 나는 머릿속에 그의 얼굴 모습을 형성하고 강화했었을 것이다. 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실제 모습을 마주한 데서 오는 당혹감이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혼자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다.
그 해 경험한 이런 현상은 강사뿐만 아니라 교육생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 기업에서 온 낯선 사람들이 수개월간 마스크를 쓴 채 지냈다. 가까운 사람들과는 식사 자리나 소규모 모임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상당수 교육생들은 오랫동안 마스크 쓴 모습만 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한두 명씩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확진 후 회복한 이들이 먼저 마스크를 벗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가려진 얼굴이 드러날 때마다 나는 깨달았다. 인간의 두뇌가 타인의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빈틈을 메우는지.
얼굴에 관한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엔 지금처럼 취업난이 심각하지 않았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각각 서너 곳에 원서를 내면 한두 군데 기업에서는 합격통지를 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모든 졸업생이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항상 경쟁은 있었다.
교직원 신분이었을 학교 취업담당관은 그 분야에서 유명한 분이었다. 가끔 학생들에게 취업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분의 강의 내용 중 지금도 잊히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입사지원서에 붙이는 사진에 관한 조언이다.
"입사지원서 사진은 최선을 다해 찍어야 합니다. 만족스러울 때까지 여러 번 찍으세요. 농구를 한 게임 정도 하고 나서 바로 사진관에 가세요. 혈색과 활기찬 기운이 돌아 사진이 훨씬 좋은 모습으로 나옵니다."
필름 카메라로 증명사진을 찍던 아날로그 시절이었다. 일자리 구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그때도 얼굴이 주는 인상은 취업의 핵심 요소였다. 원서에 붙은 사진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타인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정보 위에 상상과 기대를 덧칠해 나름대로 자기만의 이미지를 만든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 그렇고, 입사지원서 속 작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상당 부분은 우리가 만들어낸 모습을 평가한다.
면접은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역량과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자리다. 그렇지만 얼굴을 보면서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대의 머릿속에 형성되는 이미지도 중요하다. 지원자가 자신의 역량만큼이나 타인에게 주는 인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얼굴의 잘생기고 예쁜 정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밝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주는 지원자가 어둡고 침울한 인상을 주는 지원자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좋은 인상은 면접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상이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지만, 최소 몇 개월 이상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마음을 다스린다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인상을 만든다는 것은 나를 바라볼 때 긍정적인 상상을 하도록 자신을 가다듬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 얼굴을 가린 채 지냈던 시간들이 그것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