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면접의 한계와 활용 ⑥
AI는 이미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적인 패턴을 학습한다. 채용선발에 활용하는 AI는 우수한 조직 구성원 또는 입사지원자의 공통적인 특성을 도출하여 평가모델을 만든다. 우수한 인재의 특성을 학습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 집단의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유리한 평가를 받도록 모델이 형성된다.
쉬운 예로, 좋은 달리기 자세를 갖춘 사람을 선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인들 가운데 달리기 잘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자세를 도출하여 비교하는 것이지, 올림픽 국가대표들과 비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AI 면접은 지원자를 평가 기준과 비교하여 분류하거나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기본적인 작동원리이다. 지원자의 말의 속도, 표현 방식, 표정의 강도 등이 비교집단의 보편적인 패턴이나 설정된 기준에 가까우면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러다 보면 창의적이지만 개성이 독특한 사람 등 다양한 인재를 선별하기 어렵다. 조직의 성공에 꼭 필요하지만 평균을 벗어난 인재인 아웃라이어(outlier)들은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적·언어적 차이를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지원자들은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게 된다. AI가 높은 평가를 주는 기준을 알아내고 그 기준에 맞게 말의 속도 조절이나 표정 연습을 한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조커처럼 입 양쪽을 크게 올리고 과도하게 웃는 표정이 유리하다는 식의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한다.
AI는 사람처럼 상황 맥락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잘 보이려는 지원자의 연출된 행동 이면의 진정성을 판별하기 어렵다. 결국 직무 적합성보다는 AI의 평가 기준을 잘 파악하면 유리한 점수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인재보다는 시스템이 설계한 모범 기준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가 합격하게 된다.
다른 차원의 문제점도 있다. 보통 지원자는 여러 곳에 입사지원을 한다. 한 곳에서 탈락하면 다른 곳에서는 다른 면접관을 만나게 된다. 사실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다른 기업 면접에서 합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조직마다 사업 특성과 문화가 다르고, 사람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서는 맞지 않지만 다른 조직에서는 적합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의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다른 기업 면접에서 똑같은 면접관을 다시 만난다면 어떻겠는가? 동일한 면접관이 어떤 지원자를 한 곳에서는 낮게 평가하고, 다른 곳에서는 높게 평가하면 일관성 부족의 모순이 발생한다. 같은 면접관이 평가한다면 탈락한 지원자는 다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AI 면접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같은 AI 면접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채용하는 조직마다 고유한 채용선발 시스템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므로 기성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하여 사용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알고리즘 구조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서로 다른 기업에서, 동일한 면접관이 반복해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세상을 바꿀 아웃라이어'를 찾는다고 하면서, 정작 채용의 관문인 면접을 평균적인 데이터를 학습한 AI에게 맡긴다. AI가 데이터로 읽어내지 못하는 지원자의 진정성과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직관과 통찰력의 영역이다.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판단 역할을 한다면, AI 면접은 우수한 인재 선발이 아닌 조직의 다양성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