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 22] 비용의 외부화와 소비의 동조
여러 명이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한국인의 정서상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전부 부담하기도 한다. 서로 자기가 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여전히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비용을 나누어 내는 문화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더치페이(Dutch Pay)는 개인이 먹은 메뉴를 각자 따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계산대 앞에서 여러 사람이 따로 계산하면 번거롭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선택한 비싼 메뉴까지 내가 부담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공정하게 느껴진다. 개인별 소비한 가격에 차이가 큰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비용을 1/N로 나눈다는 것은 전체 금액을 사람 수대로 균등하게 부담하는 것이다. 각자 선택한 메뉴, 먹은 양, 음료 주문 여부 등과는 관계없이 청구된 전체 금액을 똑같이 나누어 낸다. 한 사람이 카드로 결제한 뒤, 나머지 사람들이 동일한 금액을 계좌이체하여 정산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계산이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더치페이와 1/N 방식은 집단의 소비 수준에 차이를 가져올까?
실제 레스토랑 현장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더치페이(Individual pay)보다 1/N(Even split) 방식에서 소비한 금액이 더 많았다(Gneezy et al., 2004). 같은 인원 규모의 두 집단에서 결제 방식을 달리하여 비교한 결과, 1/N 방식의 집단이 더치페이 집단보다 평균 식사 비용이 약 36%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N 방식에서는 개인이 더 높은 효용을 얻더라도 비용이 타인에게 분산된다. 비용이 타인에게 전가되면 타인의 부담에 기대려는 유인으로 인해 소비가 늘어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이 비싼 메뉴를 시키면 나도 시켜야 겠다는 소비의 상승 심리도 작용한다.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심리가 과다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분담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개인이 한 단위를 추가로 소비할 때 한계 비용이 급격히 낮아진다. 예를 들어 1/N 방식에서는 내가 1만 원짜리를 추가로 주문하더라도 실제로 더 부담하는 금액은 1만 원이 아니라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이 집단 전체로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이처럼 집단이나 조직에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은 구성원들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비용을 어떻게 나누는가에 따라 소비 수준, 책임 인식, 그리고 자원 사용 행태까지 달라질 수 있다. 조직의 회식, 공동 예산, 프로젝트 비용 분담 등 다양한 상황에서 돈의 분담 방식은 보이지 않게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 참고 문헌
Gneezy, U., Haruvy, E., & Yafe, H. (2004).The Inefficiency of Splitting the Bill. The Economic Journal, 114(495), 265–280.
** 이미지 : AI 활용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