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원인

근본적인 질문 한 가지

by witsfinder

"우주가 만들어진 것은 아무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우연하게 생긴 결과일 뿐입니다."


몇 년 전 기업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대학교의 교육과정에서였다. 빅뱅 등 우주의 생성과정에 대해 강의하던 천체물리학 전공 교수가 한 말이다. 세계가 만들어진 것은 누군가가 어떤 목적이나 의지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결과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대부분 50세 전후의 교육생들은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생의 굴곡을 겪은 이들은 이미 자기 나름대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냥 강사 개인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주요 서양 철학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결과다. 그런데 그 원인 또한 다른 원인의 결과이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인과관계의 사슬 어딘가에는 더 이상 원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최초의 원인’이 있어야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등 중세의 철학자들은 인과관계의 연속적인 사슬에서 최초의 원인을 '신'의 존재 증거로 삼았다. 자연 만물이 마치 목적을 가진 듯 질서 있게 움직이는 것은, 처음 그 원인이 된 존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앞서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만물을 변화하게 하는 '제1원인'이 있다고 했다. 다른 것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궁극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금은 세상을 떠난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창조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주가 신의 개입 없이 물리 법칙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아마 스티븐 호킹과 그때 그 대학교에서 강의한 천체물리학 교수는 세계가 존재하는 최초의 원인이 빅뱅과 같은 것이고, 그것이 목적 없이 생긴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목적이 없는지, 우연한 것인지는 그들도 증명할 수는 없다.


중력 등 물리적인 법칙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그냥 저절로 나타나게 된 것일까? 모든 것이 우연이라면 이 세계에서 인간이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행사하'자유의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우주가 아무 목적 없이 생겨난 것이라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서도 어떤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 가치라는 것도 의미 없는 말이 된다.


인간은 세상의 기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 이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 일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어져 왔다.


그 질문의 흔적은 오래된 도시의 신전에도 남아 있다. 뜨거운 태양이 도시의 거리와 건물을 내리쬐는 오후, 이천 년 넘는 세월을 견디며 서 있는 신전에 도착했다.


고대 로마에는 여러 신들이 있었다. 그 신전 역시 원래는 다양한 신들을 위해 세워진 곳이었다. 기독교가 국교가 되면서 단일신을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고 한다.


돔 중앙에 커다랗게 뚫어 놓은 둥근 구멍은, 알지 못하는 존재를 향해 이어지려는 인간의 갈망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