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추적하기: The Memory Tracing

by witsfinder

어른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밤에 철교 위를 걸어 건널 때 호랑이가 강변에서 모래를 뿌렸다고 한다. 마을의 어떤 분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작은 재를 혼자 넘어가다가 호랑이와 마주쳤다. 엎드려 여러 번 절을 했더니 호랑이가 그냥 지나갔다고 했다.


기차가 크게 기적을 울리며 달려갈 때면, 몇 살 위 이모가 두 손으로 내 귀를 꼭 막아 주었다. 강이 항상 깊지는 않았다. 작은 소년이 무릎까지 바지를 걷고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얕은 적도 있었다.


보이는 것은 산과 작은 밭들, 산에 가려 좁게 열린 하늘, 그리고 그 위로 끝없이 지나가는 뭉게구름뿐이었다. 일곱 살 넘어선 어느 날, 트럭에 세간살이를 싣고 그 골짜기를 빠져나왔다. 기억을 더듬으면 그곳에 대해 남아 있는 것은 이 정도다.


어린 왕이 유배되었다가 왕좌를 빼앗은 삼촌에게 결국 목숨을 잃은 곳이다. 서쪽과 동쪽에서 흘러온 강물이 만나기 바로 직전 지점이다. 왕이 갇혀 지내던 그 자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뒤편으로는 가파른 절벽과 산으로 가로막혀 있다. 그 산의 작은 골짜기를 따라 잠시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외딴 마을이다. 광천골,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수십 년이 지나 그 조용한 산골을 찾아갔다. 굳이 가려고 한 것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강원도로 휴가를 가는 길에, 문득 그 골짜기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득히 먼 곳이라 생각했는데 자동차로 그 강변과 골짜기를 쉽게 갈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하늘이 좁아 갑갑하고 무섭다면서 빨리 그 골짜기를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잠깐 그곳에 들렀다.


그리고 다시 수년이 지났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에 근무하러 가기 위해서 기차를 탈 때는 그곳을 지나야 했다. 주말에 기차를 타면 바로 그 철교와 터널을 지나갔다. 터널은 어린 왕이 유배되었던 그 뒷산을 뚫고 지나간다. 수십 년 동안 가보지 않았던 그곳을 사계절이 한 바퀴 도는 동안 그렇게 지나다녔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마음속에서 올라왔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산악지대를 향해 달리는 무궁화호 기차 안에서 그 느낌을 휴대폰 메모장에 영어로 짧게 조금씩 적었다. 굳이 서툰 영어로 쓴 이유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스스로에게 낯설었기 때문이다.


The Memory Tracing

Dec. 4. 2023.


Had to go to the places where

my life began, sprouted, and unfolded

accidentally or not

along a certain long railway line

afterwards.


Passed by the places

by trains which take hours for a trip

tracing back and forth, back and forth

tens of times during all four seasons

from one winter to another winter.


Humble and remote places

unlikely to visit of my own will.

Anyway,

those places are like other places.


Trees had been there, trees had grown new.

Mountains stood still.

Sky narrowed by the steep mountains.

The shallow river had been flowing

in the same direction.

Bridges over the shallow river.

Tunnels after tunnels.

Clattering sound of the train

Same sound even decades later.


Time had gone by

...

No, time does not exist:

not past, not present, not future.

Only changes, constant changes do exist.


Changes leave traces

Traces of what has happened.

Memory accumulates and fades away.


Some memory keeps remaining, but

we tend to remember

what we once remembered.

Most of our memory is

what we have already remembered.


Sorrow and delight

Shame and pride

Resentment and tenderness

Endeavor and laziness

Despair and hope

Desire and dignity...


Along the way,

life has been filled with different things.

Deficiency and worry.

Always.


Visible, above all invisible care,

the almighty care surely has held me up.

The unexpected trips for the memory tracing

might also be given by the divine care.


Clattering sound of the train.

The mountains stand still there.

The river flows in the same direction.

The river

that doesn't know it will pass through many,

many crowded and splendid places

afterwards.


*** 다음은 원문을 한글로 번역한 것입니다 (AI 활용) ***


기억을 따라가는 여정

(The Memory Tracing)


2023년 12월 4일


나는 가야 했다

내 삶이 시작되어 싹을 틔우고 펼쳐졌던

그곳으로

우연이든 아니든

어느 긴 철도 노선을 따라

그 이후로 삶이 이어져 온

그곳으로.


그곳을 지나갔다

몇 시간이 걸리는 기차를 타고

갔다가, 돌아왔다가

갔다가, 돌아왔다가

사계절 내내

한 겨울에서 또 다른 겨울이 올 때까지

수십 번을 오가며.


초라하고도 외딴 곳

새삼 내 의지로는

아마 찾아가지 않았을 곳.

어쨌든

그곳 또한 여느 곳과 다를 바 없다.


나무들은 그곳에 있었고

또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났다.

산들은 그대로 서 있었다.

가파른 산들에 의해 좁아진 하늘.

얕은 강은

그 때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얕은 강 위의 다리들.

터널 다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터널들.

기차가 덜커덩거리는 소리.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같은 소리였다.


시간이 흘러갔다.

아니,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오직 변화, 끊임없는 변화만이 존재한다.


변화는 흔적을 남긴다.

일어났던 일들의 흔적을.

기억은 쌓이고 또 사라진다.


어떤 기억은 남아 있지만

우리는

한때 기억했던 것을

다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우리 기억은

이미 한 번 기억했던 것들이다.


슬픔과 기쁨

부끄러움과 자부심

분노와 온화함

노력과 게으름

절망과 희망

욕망과 존엄 …


그 길을 따라

삶은 여러 가지 것들로 채워져 왔다.

부족함과 걱정은

언제나 따라다녔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보살핌,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보살핌

절대적인 보살핌이 분명 나를 지탱해 왔다.

기억을 추적하는 이 뜻밖의 여행 또한

신의 돌봄이 준 것일지도 모른다.


기차가 덜커덩거리는 소리.

산들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다.

강은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그 강은

앞으로 수많은 붐비고 화려한 곳들로

흘러가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