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의 구분, 그리고 편향

[조직행동 23] 사회적 정체성과 집단 편향

by witsfinder

국내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계속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갑자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대다수가 남학생으로 구성된 강의실에 소수의 여학생이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더 강하게 의식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여학생이 대부분인 학과에서는 남학생이 자신의 성별을 더 크게 의식한다.


사람은 독립된 개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은 국가, 성별, 가문, 출신 학교, 직업, 직장,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보와 보수 등으로 나뉘어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더 나아가 특정 연예인 팬클럽이나 스포츠 구단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은 다양한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살아간다. 개인이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형성되는 자아를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이라 한다. 사회적 정체성은 집단 내에서 소수이거나 집단 간 차이가 강조될 때 더 쉽게 활성화된다. 또한 자신의 집단이 무시되거나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집단 정체성은 훨씬 강해진다.


구성원 간 유대관계가 깊거나, 서로 다른 집단이 권력과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면 자기가 속한 집단에 유리하게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내가 속한 집단이 아무런 실질적 관계없이 우연히 만들어졌고, 다른 집단과 어떠한 경쟁 관계도 없는 경우에도 사람은 자기 집단에 편향된 행동을 할까?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지펠(Henri Tajfel)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10대 남학생 4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두 명의 화가가 그린 추상화 12점을 보여주었다. 이 그림들은 서로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작품들이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선호하는 그림 성향에 따라 두 집단으로 나눈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임의로 집단을 배정했다. 즉, 두 집단 사이에는 실질적인 취향 차이가 전혀 없었다. 이후 학생들에게 번호로만 표시된 다른 참가자들에게 점수를 배분하게 했다. 이 점수는 나중에 현금으로 보상될 예정이었다.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학생들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같은 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집단 구성원에게 더 유리한 점수를 배분했다. 이는 단순히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심리적 인식만으로도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같은 편’을 만든다. 사회와 조직의 많은 갈등은 자원에 대한 경쟁과 이해관계보다 이러한 사회적 정체성의 구분과 충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모교라는 이름 아래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하는 갖가지 행위들도 대표적인 사례다.



* 참고문헌

Tajfel, H., Billig, M. G., Bundy, R. P., & Flament, C. (1971). Social Categorization and Intergroup Behaviour.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2), 149–178.

** 이미지: 생성형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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