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을 꽃

비로소 보인 모습

by witsfinder

겨울에 그곳에 갔다. 한쪽 구석에 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눈보라 몰아칠 때도, 비바람 불 때도 차가운 호수를 등진 채 흔들리지 않고 서 있었다. 한 번도 정리해 준 적 없는 듯한 가지들은 아무렇게나 아래로 흘러내려 있었다.


누군가 그 나무에 인근에서 가장 예쁜 꽃이 핀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냥 웃으며 지나쳤다.


도로에 늘어선 가로수에 하얀 벚꽃이 활짝 피고, 꽃잎이 눈처럼 아스팔트 위에 흩날릴 때에도 그 나무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듯 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흐린 하늘 아래 호수가 진한 남색을 띠고 있던 날이었다. 나는 나무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다.


분홍 꽃잎이 겹겹이 올라와 가지마다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척박한 그 자리에서 그토록 화려하게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날에서야 비로소 그 나무를 보게 된 것이다.


많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꽃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