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를 ‘헐렁이’라고 부른다. 나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시작하는 추진력은 있지만, 그 사이에 꼼꼼함은 부족한 편이다. 그걸 나는 성실이란 단어로 메꿔왔다. 직장에서의 나는 모든 것을 시작하기 전, 매일매일 내가 비워놓은 부분을 찾아 메꿔놓은 다음, 업무를 추진한다. 직장 사람들은 나의 헐렁한 부분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빠의 눈에는 아직도 물건을 흘리고 다니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귀여운 딸로 보이나 보다. 난 그런 점이 나쁘지 않다. 이 부족한 부분이 아빠의 이목을 끌고, 아빠의 사랑을 순간 독차지할 수 있으며, 아빠가 ‘헐렁아’라고 불러줄 때 그 목소리가 너무 좋다. 사랑받는 느낌이 난다. 태어났을 때부터 항상 받아오던 사랑이지만, 받아도 받아도 기분이 좋다.
오늘은 엄마와의 다툼이 없었더라면,
아마 전화해서 “아빠…힝..” 하면서 전화했을지 모르는 일이 일어났다.
여행하면서 가장 아날로그적이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항공사에서 이메일로 날려준 항공권을 종이로 프린트하는 것이다. 비자를 연장하거나, 항공편에 문제가 생겨 다른 곳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거나, 그때그때마다 항공편의 자세한 정보를 알아야 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그 항공편에 시간을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인천공항 체크인카운터 전광판에서 내 항공편이 안 뜨는 것이었다. 출발 시간은 20:40이었고, 17:30이 되었음에도 아무런 정보가 뜨질 않았다. 갑자기 뒷골이 서늘해졌다. 전광판을 또 보고 또 봐도 나의 항공편은 없었다.
‘내가 항공날짜를 잘못 확인했나? ’
나는 종이를 다시 확인했다. 날짜는 문제없었다. 집을 떠나기 전, 체크인을 분명해두었다. 나는 이메일을 열어 체크인표를 다시 확인했다.
‘으응? 뭐지? 왜 시간이 23:40으로 되어 있지? 연착이 되었나? 연착 이메일 오지 않았는데…’
그리고 나는 종이를 열었다.
그렇다. 체크인 시작 시각이 20:40이었다. 제일 처음 보였던 그 시각 앞에 check-in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 보았다. 체크인 시작시각까지 적어놓은 항공은… 매우 친절했지만, 나에겐 내 성격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기회였다.
그렇다. 나는 공항에 오후 3시에 와서, 체크인 시각을 5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옆자리 사람과 수다도 떨고, 이렇게 글도 쓰고, 공항의 다양한 메뉴도 먹어보고, 사람 구경도 실컷 하고 있다.
엄마랑 다시 괜찮아지면 꼭 이 이야기 해 줘야지.
그럼 아빠의 “우리 헐렁이” 이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난 씨익 웃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