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만든 동시 -4

나날이 성장하는 그녀의 동시

오늘은 그녀가 학교에서 작품을 하나 들고 왔다.

이름하여, "마음이 예뻐지는 동시"이다.

지난 몇 주간 수업시간 틈틈이 만든 작품이다.

초창기 그녀의 작품 보다 감성이 더 풍부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주로 꿈속에 있었던 상황을 썼다면, 지금은 현실세계에 눈을 돌린 듯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생일 선물이었는데, 선물에 관한 진심 어린 소외가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녀는 시상이 떠오르면 주변에 있는 적을 종이를 찾아서 막 적어대기 시작한다.

보통은 휴지를 뽑아서 휴지에 적는다. 잊어버리기 전에 급하게 적어야 한단다.

열혈작가가 되고 싶은가 보다. 그녀의 많은 장래 희망 중에 작가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그녀의 작품집에서 몇 작품을 선정해 보기로 했다.

선정된 작품은 엄마의 브런치에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기대에 부응했을 뿐이다.


제목: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바람이 많이 불고,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도 피고

가을이 오면

달콤한 고소한 밤과 고구마를 먹고

가을이 오면 모두가 행복하다.


해설: 담임 선생님께서 다른 학년의 동시를 들려주시고, 이것을 바탕으로 가을에 대한 느낌을 쓰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녀는 가을 먹거리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제목: 아빠표 볶음밥

냠냠

쩝쩝

맛있는 볶음밥

아빠가 만들면

온 가족이 맛있게

만드는 볶음밥

혼자 먹어도

맛있는 아빠표 볶음밥


해설: 아빠를 생각하니까, 아빠가 해준 볶음밥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아빠 요리 중에서 볶음밥이 가장 맛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계란 햄 볶음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제목: 생일 선물

생일 선물 받는 행복

생일이 빨리 다가오면

행복이 빨리 찾아오고

생일이 늦게 찾아오면

행복이 늦게 찾아온다.

생일 선물이 많으면

행복하고

생일 선물이 적으면

살짝 행복한

생일 선물

해설: 담임 선생님께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 상황을 적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녀는 제일 먼저 생일 선물이 생각났다고 한다. 생일 선물에 대한 강한 신념을 느낄 수 있다.


숫자동시

1 하나밖에 없는 우리 오빠

2 이렇게 초조한데

3 삼수자만큼 힘내 오빠

4 사랑해

5 오 숫자만큼 힘내

6 숫자만큼 사랑해

7 칠만큼 응원할게

8 팔로 안아줄게

9 구숫자만큼 너무너무 사랑해 오빠


해설: 담임 선생님께서 다른 학년의 숫자 동시를 들려주시고, 하고 싶은 내용을 적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녀는 오빠가 생각이 났다고 한다. 매일 죽도록 싸우지만, 생각나는 게 오빠 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담임 선생님은 그녀가 오빠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며, 칭찬해 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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