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를 양보한 숭고한 여자
"꽃게를 먹어야겠어~"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더 남편이 나직이 말했다.
"꽃게? 꽃게탕 먹고 싶어?"
"아니~ 찜으로 먹고 싶은데..."
"그럼, 마트 가야 하는데 마트도 지금은 냉동만 있는데..."
"주문을 해야겠어! 그날 잡은 꽃게를 그다음 날 택배로 보내준데..."
언제나 그렇듯 계획이 있는 그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꽃게가 도착했다.
잠시 외출 후에, 돌아와 보니, 택배 스티로폼이 대문에 놓여있고, 싱크대 가득 꽃게가 채워져 있었다.
"택배 왔어~ 내가 싱크대에 넣어놨어 물에 계속 놔두면 맛이 없어진데..."
"응~ 잘했어~ 진짜 먹고 싶었나 보네~~ 진심이었어~~~"
대충 옷을 갈아입고, 잠깐 쉬려는데, 남편이 톡으로 유튜브 링크를 보냈다.
'꽃게 맛있게 찌는 법'이었다.
나는 톡을 보자마자
"알았어 알았어~ 지금 해줄게~~~"
나는 바로 싱크대로 가서 꽃게를 솔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통과 다리를 분리했다.
몸통은 쪄 먹고, 다리들은 따로 모아 냉동에 얼려서, 라면이나 찌개에 육수용으로 쓰기로 한다.
찜솥에, 물과 미림을 자박하게 넣고, 대파를 넣는다.
대파와 미림을 넣으면 잡내와 비린내를 잡아준다.
이제 20분간 찌기만 하면 끝난다. 초 간단하다.
남편은 식탁에 비닐을 깔아 둔다.
마치 속초 무슨 꽃게 식당의 한 자리 같다.
우리 부부는 의식을 치르듯, 니트릴 장갑을 나눠 낀다.
그리고 서로 아이들 한 명씩 전담하기로 한다.
나는 아들을 남편은 딸을..
방끔쪄낸 꽃게를 쟁반에 건져 등껍질과 살을 분리한다.
가위로 반을 가르고, 한쪽씩 연골을 뜯어 아이들 입으로 밀어 넣는다.
뜨겁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하얀 속살을 아들은 계속 마신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직 꽃게가 뜨거운데 아들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반을 가르기가 무섭다. 호로록호로록 호로로로로로로로롤로~~~~
순식간에 8마리가 없어졌다.
남편과 나는 겨우 한쪽씩 먹었다.
평생 먹을 것만 사랑했던 내가 꽃게 앞에서 반쪽만 먹는다는 것은 정말 숭고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바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등껍질에 남아 있던 내장과 알을 박박 긁어서 볶음밥을 만든다.
그리고 옆에서 남편은 아까 잘라둔 꽃게 다리를 넣고 라면을 끓인다.
동시에 완성된 볶음밥과 꽃게라면을 보니, 속초 청초호 어딘가에 있는 꽃게 무한 리필집 같다.
꽃게알과 내장 그리고 김이 참기름과 어우러져 고소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볶음밥이 살짝 느끼할 때쯤, 꽃게 다리가 들어가 시~~~~ 원한 라면 국물을 들이켠다.
떠건한 국물이 볶음밥과 만나 입안 가득 바다가 느껴진다.
한참을 든든히 먹고나니,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내가 칭찬받는 느낌이다.
수고 많았다고, 또 그렇게 지나가는 거라고 말해주는 거 같다.
역시 사람은 속이 든든하고 볼일이다.
남편의 진심 어린 꽃게 사랑으로,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별거인,
남들에게는 특별하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특별한 저녁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