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름 부르는 K-며느리
남편과 나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내 나이 25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3대 독자였다. 아버님에게 늦둥이 남편은 세상전부였다. 그래서 어린 신부였던 나를 손녀처럼 좋아해 주셨다. 처음 시집갔을 때는 명랑이 라고 별명도 붙여주셨다.
신혼 초반에 아버님 앞에서 남편을 불렀다.
"태주 오빠! 나 이것 좀 도와줘~~"
옆에서 듣던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명랑아! 오빠가 뭐니 오빠가! 남매도 아니고 말이다"
"힝! 알겠습니다."
그 뒤로 어른들 앞에서는 '태주'씨 가요 이런 식으로 불렀다. 서로 이름을 부르던 나는 누구 씨라는 호칭이 참 어색했다. 그리고 남편한테 존칭을 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때는 남편에게 장난치고 시비 걸고 괴롭히는 재미로 살던 신혼이라, 괜스레 자존심도 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 둘을 낳고, 시부모님 모시고 살던 명랑이는 웬만한 일에는 타격감이 없는 멘털 강한 K-며느리가 되어 있었다. 남편과는 부부라기보다는 깨복쟁이 친구처럼 티격태격 티키타카 장난치고, 놀려대며 놀았다.
그러던 어느 늦은 저녁 아버님 방에서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태주! 나 사이다 한잔만 갔다 줘라!"라고 남편에게 말했고, 남편은 주방으로 갔다.
그때 약간 놀란듯한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태주가 뭐니! 차라리 오빠라고 해라"
"악! 오빠 이상해요 가뜩이나 사람들이 남매로 오해하는데, 그냥 이름 부를래요"
기가 막힌 듯 웃으시던 아버님은 마지못해 그러라고 하셨다.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1+1 행사하는 감귤 주스를 보고 아버님이 생각났다.
아버님이 좋아하시던 브랜드의 주스였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이거 아버님이 좋아하셨던 거다 하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 아버님께서 오빠를 허하시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아버님~ 명랑이는 오늘도 씩씩하게 오빠와 잘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