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경원숭이와 마주한 여자
보홀에서 유명한 몇 가지 뽑으라면, 고래상어, 초콜릿 힐, 그리고 안경원숭이 일 것이다.
초콜릿 힐은 원뿔형의 1270개 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지역으로 원래는 고유의 지명이 있지만 언덕의 모양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아서 ‘초콜릿 언덕(Chocolate Hills)’이라고 불린다. 영어 선생님 로셀의 말에 이하면 평소에는 녹색 풀로 뒤덮여 있는데 건기인 12~5월 온도가 올라가면 색깔까지 초콜릿 빛깔로 변해 더더욱 키세스를 닮아진다고 한다. 바닷속에 산호들이 융기해서 만들어진 자연 지형을, 직접 가서 보게 된다면 그 웅장함과 신비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안경원숭이는 오직 보홀에만 살고 있는 원숭이과 종류 중 가장 작은 원숭이다. Tarsier가 원래 이름인데, 눈 크기가 안경만 해서 안경원숭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굉장히 예민하고 야행성이라서 작은 소리에도 놀라기 때문에 볼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보홀 도착 첫날 우리는 안경원숭이부터 보러 가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안경원숭이를 드디어 보게 되다니 설레기도 했다. 공원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가이드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셨다.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무조건 조용히 해야 하고 조심히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조심조심 발을 내딛으며, 숲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가이드가 손가락으로 나무 위를 가리킨다. 놀랍게도 그곳에 쪼금 하게 웅크리고 있는 안경원숭이가 있었다. 작은 녀석이 잔뜩 몸을 웅크리며, 큰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아이들을 놀라서 소리치려다. 손으로 입을 막는다.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작고 여린 너를 놀라게 했네! 지금 자는 시간인데도 눈 인사 해줘서 고마워~!'
속으로 생각했다.
가이드가 다시 앞으로 치고 나가, 좀 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아까 보다 좀 더 높은 곳에 안경원숭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카메라를 줌 해서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지구상에 이렇게 작은 원숭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안경 원숭도 나를 보며, 이렇게 크고 시끄러운 동물이 있을 수 있나 했을지도 모른다. 안경원숭이의 놀란 눈이 생생하다.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안경원숭이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조용히 뒤 돌아 나왔다.
그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초콜릴 힐이다. 초콜릿 힐에 가는 도중에 우리의 운전기사 린든이 옆을 보라고 했다. 숲이 출창하고 나무가 아주 높은 도로인데,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은 마호가니 숲이라고 하는데, 맨 메이드 숲이라고 불립니다. 1960년대에 홍수가 자주 발생해서 정부가 나서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주 울창하게 숲을 이루어서 인간이 조성한 숲 맨 메이드 숲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크고 울창한 숲을 인간이 만들어다는 것이 대단하고 놀라울 뿐이었다. 역시 의지만 있다면 안 되는 일이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질세라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다시 또 차를 달려서 드디어 오늘 최종 목적지 초콜릿 힐에 도착했다.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 웅장 초콜릿 기둥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떻게 산호가 융기해서 이런 모양이 될 수 있을까 눈으로 보고 믿기 않는 풍경이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 전망대 광장에 내렸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 전망대 꼭대기로 갔다. 오르자마자 한눈에 보이는 초콜릿 힐은 그 크기와 높이가 압도적이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평원에 빼곡히 융기한 초콜릿힐은 작은 섬 무리 같기도 했다. 제주도의 오름과는 느낌이 정말 달랐다. 왜 초콜릿 힐을 기를 쓰고 보러 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피곤함에 초콜릿 힐 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어르고 달래서 이것만 보고 하자 했는데, 전망대에 오르자마자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이롭다가 아이들 얼굴에 하나씩 새겨지는 듯하다. 신난 아이들은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이냐며, 연신 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 역시 달래기는 잘한 것 같다. 높은 하루 아래 끝없이 펼치는 힐을 아이들과 내려다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꿈꾸는 듯 비현실 적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