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딸을 둔 여자
한 달 전쯤에 일이었다.
방과 후 생명과학을 배우는 딸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올챙이 집에 가져가되 돼?"
"아우! 그냥 관찰만 하고 오면 안 될까? 그거 집에서 키우다가 죽으면 어떻게 해."
"엄마! 진짜 내가 잘 챙길게."
"안 그랬으면 좋겠어. 근데 왜 그렇게 가져오려고 하는 거야?"
"너~무 귀여워!"
"엥? 올챙이가 귀여워? 암튼 엄마는 안 가져오면 좋겠어!!!!!"
그러나 내 말을 들을 그녀가 아니었다. 하교하는 그녀의 손에는 올챙이가 담긴 잠지리통 같은 물통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올챙이에게 먹이를 주었다. 선생님께 전해 들은 지시 사항을 꼼꼼히 되새기던 그녀는 계량컵에 물을 받았다. 올챙이 수조에 물을 갈아주기 위함인데, 수돗물에 염소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하루 정도 물을 받아놨다가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녀는 올챙이에게 하늘이라와 구름이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고, 수조에 이름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또, 매일 먹이를 주고, 이틀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었다. 그녀는 하늘이와 구름 이에게 지극 정성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저녁,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하늘이 구름이 다리 생겼어! 빨리 와봐~!”
그 목소리가 어찌나 긴급했던지 급하게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에게로 갔다.
그녀는 올챙이를 보면서 말했다.
“아이고 우리 하늘이 구름이 다리 나왔어요?! 아이고 고생했어! 너무 수고했어!”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녀가 태어났을 때, 정여사(친정엄마)가 내게 해주는던 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이 낳느라 정말 고생했어! 너무 수고했어! 눈물이 날 것 같다!”
올챙이 다리가 생긴 일이 그렇게 기쁠 수 있을까?
꼬물거리는 올챙이들의 발을 대견스럽게 지켜보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얘는 이런 어른스러운 말을 어디서 배웠나...’
참으로 신기한 그녀의 말투를 다시 한번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올챙이#고생했어#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