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잔치 전문가인 여자
우리는 한정식 집에 도착했다.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 세팅을 시작했다.
만들어온 현수막을 붙이고, 케이크를 세팅하고, 자리를 배정했다.
당연하게도 가운데에 오늘의 주인공인 이 반장(아버지의 애칭)님을 모셨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이반장님께 여쭈었다.
"이 반장님~ 인생을 80년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당황한 듯한 이 반장님의 표정을 눈치챈 언니가 다시 질문했다.
"음.. 젊은 시절보다 인생이 금방 지나가셔요?"
"그럼. 인생이 눈떠보니, 80이야!"
이 반장님의 표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는 즐거운 식사를 시작했다.
이 반장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홍어삼합.
정 여사(엄마의 애칭)가 제일 좋아하는 낙지호롱.
내가 좋아하는 전복구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찜.
모두가 좋아하는 떡갈비.
우리는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옛날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
그 옛날 부모님이 처음 만나 서로의 이름을 잘 못 알고 있었던 일.
유별났지만 우리를 사랑하셨던 할머니 이야기.
함께 했으면 좋았을 돌아가신 어른들과의 추억.
앞으로 가게 될 여행계획 등등...
모인 사람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모여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 되고, 잔치의 클라이맥스 생신 축하 노래를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신 축하합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시라는 덕담이 오갔다.
이 반장님은 젊은이에 맞먹는 폐활량으로 한 번에 촛불을 껐다.
떡케이크를 자르고, 함께 준비한 수수팥떡과 송편을 곁들어, 나눠먹었다.
준비해 간 작은 통에, 떡을 나눠 담아 각자의 집으로 가서 먹도록 나눠주었다.
즐거운 팔순잔치가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딸아이가 집으로 다시 가야 한다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집에 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두고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 힘드시니까 집에 가셔야 한다고 말렸지만, 딸아이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할아버지 드리려고 본인이 얼마나 노력한 줄 아냐고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는 알겠다며,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집에 도착한 딸아이는 방에서 선물 꾸러미를 가지고 나왔다.
이 반장님은 선물에 감동하여,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셨다.
그리고, 딸아이가 내게 말했다.
" 지금부터, 노래 부를 건데 엄마도 같이하자"
그렇다. 딸아이에게 어버이 은혜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었다.
우리는 두 손을 잡고, 이 반장님 앞에서 어버이 은혜를 불렀다
40대의 나와 초등학생 딸은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나처럼 어버이 은혜를 완창 했다.
이 반장님 얼굴에서 부담스러운 듯, 흐뭇한 표정이 교차했다.
(아마도 나의 과한 몸동작 때문에 부담스러웠을 터이다.)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롭고 따뜻했던, 팔순의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