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라는 말이 있다. 일식에서 쓰는 표현인데, 주방장 특선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식집에서는 주방장이 그날의 좋은 재료를 엄선하여, 매일 다른 메뉴를 손님에게 내어준다. 나는 엄마들의 집밥이야 말로 더할 나위 없이 오마카세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먹이는 음식이니, 엄선된 재료를 골라 장을 보고, 다양한 영양소를 손실 없이 먹이기 위해 요리법도 달리한다. 어떤 식재료는 찌고, 어떤 식재료는 굽고, 어떤 식재로는 볶는다. 또, 가족의 식성을 기반으로 메뉴를 선정하기 때문에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함이 요리의 근간을 이룬다
오늘 엄마카세 식당은 추억의 도시락반찬으로 꾸며보았다. 먼저 구성원들에게 각자 좋아하는 반찬을 물어봐서 한 가지씩 만들기로 했다. 딸이 좋아하는 어묵볶음, 아들이 좋아하는 메추리알 조림,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채 볶음,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무침을 만들었다. (보통 요리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반찬은 힘들어서 안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제일 수고할 거기 때문에 나를 위해 제일 먼저 만든다.)
반찬들을 다 만들고 나서 보니, 신기하게도 어릴 때 자주 먹던 도시락 반찬들이었다. 아마도 여기에 분홍 소시지 부침만 있으면 완벽할 거 같았다. 그래서 오늘 식당의 메뉴로 추억의 도시락 반찬으로 달았다.
반찬은 다 완성되었으니, 메인 요리로 모두가 좋아하는 미역국과 오징어볶음을 내었다. 칼칼한 오징어 볶음에, 바지락으로 시원한 국물은 낸 미역국이 조화를 이뤘다. 소고기 미역국을 주로 먹지만, 오늘은 오징어 볶음과의 화합을 위해 바지락으로 끓여봤다.
빨리 달라고 아이들이 소리친다. 급한 마음에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얼른 아이들 밥부터 내어준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오늘 하루를 이야기한다. 하루 중에 있었던 각자 소소한 일들을 말했다.
"엄마가 오늘 호수공원 산책을 나갔는데, 글쎄 너무 예쁘더라~"
"엄마! 우리 반에 오늘 백일해 때문에 안 나온 애 있어"
"아빠가 오늘 운전하다가 뭐가 꾸물거리는 거 같아서 봤더니, 세상에 송충이였어!"
"나 골든벨 1등 하면, 뭐 해줄 거야?"
각자 자신들의 일과를 말하고 대답하느니라, 잊어버리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고 말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저녁 시간은 길어졌다. 온종일 각자의 역할로 바쁜 우리는 이 시간에만 식탁에서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저녁 식탁이 소중하다. 밥을 나누며 정을 쌓는 밥정의 시간이다.
한 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다 보면, 먹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분이 좋아도, 기분이 나빠도 늘 저녁 식탁은 함께 해야 한다. 오늘 엄마카세의 메뉴는 추억의 도시락 반찬이 아니라, 밥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