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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녀의 집

제주도 여행 5일 차!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이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렇다. 한여름 초복과 중복 그 사이 큰애를 낳았다. 유독 더위를 못 참는 나는 그해 여름이 그렇게 더웠지만, 에어컨 한 번을 틀지 않고, 수면 양말까지 신으며 산후조리를 했더랬다.)

남편은 새우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 딱새우찜을 파는 식당을 예약했다.

유명한 곳이어서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한다.

저녁 7시 30분으로 예약한 우리는 근처 금능 해변에서 생일 케이크를 고르며, 여유롭게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예약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오시냐는 식당의 전화였다.

부랴 부랴 남편은 시간을 확인하다.

알고 보니, 여러 번 예약 시간을 변경해서 6시 30분 예약인데, 7시 30분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놀란 우리는 죄송하다고 하고, 지금 그 근처니 5분 안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게를 찾아가는데, 분명 내비게이션에 근처라고 했는데, 가게가 없었다.

날은 어두워져 가는데, 난감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혹시 아까 지나온 좀녀의 집 아니야?"

거기는 어촌계 식당이던데 아무것도 없던데.....

당황한 우리는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의 다 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식당이 없다고...

그랬더니, 사장님도 당황해하셨다.

"여기 저희 건물 하나밖에 없는데요.. 어촌계 식당 찾으시면 돼요"

어촌계 식당? 맞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좀녀의 집!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ㅈ 밑에 한글 아래아가 보인다.

그렇다면 잠녀의 집이다.

잠녀 맞다! 해녀는 일본식 표현이고, 예전에 우리는 해녀를 잠녀라고 했다.

우역 곡절 끝에 우리는 잠녀의 집을 찾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이 근처에서 촬영해서 더 유명해졌다 한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입이 딱 벌어졌다.

식당 테이블에 비닐이 깔려있고, 바스켓을 통재로 가지고 나와, 테이블 위에 부어주는데,

딱새우찜과 옥수수, 감자 홍합이 한 번에 우르르 밀려 나와 한상 가득이다.

우리는 장비를 장착하고 망치로 새우를 깨부수기 시작했다.

재미도 있고 맛도 있고, 아이들은 정신없이 새우를 까며 웃는다.

그리고 남편이 그를 위해 주문한 작은 랍스터가 나왔다.

특별히 아들을 위해 한 마리를 다 주었다.

한입에 다 먹은 아들은, 빈 랍스터 머리를 입에 넣고 웃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웃겨 우리 모두 함께 웃는다.

"엄마! 나는 랍스터 머리만 있으면 하루 종일 놀 수 있어~~"

그러면서 고개를 흔들며 춤을 춘다.

결국 부끄러움은 가족의 몫인가?

그러면 어떠하랴! 오늘은 너의 날인데 너만 즐겁다면 우린 행복하다!

12년 전 우리 곁에 와준 세상 소중한 그 덕분에....!

저녁을 다 먹고 나오니,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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