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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가?"

우두커니 서서 봉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봉지 안에 남편이 좋아하는 콘 하나, 그가 좋아하는 바 하나, 그녀가 좋아하는 컵하나

잠깐 일을 보고 집으로 들어가던 중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 이제 들어가는 데, 뭐 사가?"

1층 아이스크림집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라 한다.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나는 이 드라마가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어딘가에 후계동이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

마지막화에서 지안(아이유)이 윤희(이지아)에게 했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아저씨가 자주 했던 말 중에 그 말이 제일 따뜻했던 거 같아요.. 뭐 사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줌마한테 전화해서 했던 말....."


아이스크림을 사는 모습이 극 중에 누구 같았다는 것이 아니다.

'뭐 사가'라는 말에 들어 있는 함축적인 의미들이 생각이 났다.

자연스럽게 이제 집에 들어갈 거라는 행방을 알리는 의미

필요한 것을 사다 주겠다는 배려의 의미

좋아하는 것을 사다 주겠다는 애정의 의미

그것은 가족으로서 감정을 나누고 교류해야만 느낄 수 있는 의미들이다.

그 말한마디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극 중의 지안은 그 말이 제일 따뜻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일상적인 작은 표현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을까 싶어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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