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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치킨 시켜줘!

무정한 음식 평가가 속상한 여자

오후 하굣길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엄 데! 엄 데! 엄 데!"

아들과 나만의 암호 같은 말인데, 엄마 데리러 와줘의 약자이다.

보통은 친구들과 걸어오기 때문에, 데리러 가지는 않는데,

오늘처럼 너무 덥거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를 한다.

알겠다고 하고, 데리러 가는데, 아들이 하는 말이

"혹시 엄마 어제 감자탕 남은 거 있어? 나 그거 집에 가서 먹어도 돼?"

"그럼! 바로 해줄게!"

"볶음밥도 해줘~~"

"오늘 급식 안 먹었어?"

"아! 그게 너무 맛이 없어서 두 번 정도만 먹었어.."

"진짜 맛없었나 보네.. 두 번이면.... "

급식을 많이 먹는 아들은 보통 급식 다섯 번 먹는다고 한다.

그렇게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급식실 선생님이 너무 좋아하신다면서 끝까지 앉아서 다 먹고 온다 했다.

그런 아들이 두 번 밖에 안 먹은 거라면 오늘은 확실히 맛없었나 보다.

어쨌든 집에 오자마자 감자탕에 급하게 팽이버섯과 파를 듬뿍 넣어 내어 준다.

열심히 뼈를 발라 먹는 아들이 잠시 후에...

"엄마! 볶음밥 해줘~~"

나는 열심히 볶음밥을 만든다.

감자탕 국물에, 밥을 넣어 졸이다가, 마지막에 김가루, 참기름, 김가루를 때려 넣는다.

아들이 너무 맛있었다며, 너무 잘 먹었다고 말한다.

이런 게 엄마가 말한 오저 죽는다는 건가 보다.

열심히 먹는 아들의 입만 봐도 기분이 흐뭇해진다.

그때 시간이 대략 4시 정도였다.

시간이 또 애매해졌다. 지금 이렇게 먹었으면 저녁은 늦어도 8시에나 먹어야 할 텐데

그러면 신랑이 배고파할 거고 둘째도 배고플 텐데.....

중간에 또 밥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저녁은 8시에 먹자고 말한다.


저녁 7시, 나는 다시 부엌에서 저녁 메뉴를 준비한다.

오늘은 처음 시도하는 닭다리살 스테이크!

새로운 음식을 잘 도전하지 않는 우리 식구들을 생각해, 시금치와 콩나물 그리고 재워둔 고기산적도 준비한다. 요즘 닭다리살만 손질해서 냉동으로 파는 제품이 나왔다.

나는 미리 해동하고, 밑간을 해서 한 시간을 재워 두었다.

이제, 닭다리살을 버터에 굽고, 어느 정도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양파와 마늘을 넣고,

닭다리가 익어 갈 때쯤, 간장 양념을 붓는다.

냄새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다.

그렇게 저녁을 준비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려 8시 반쯤에나 상이 차려진다.

갑자기 막내 시누에게서 카톡이 온다.

자전거 타러 나간 둘째가 앞동 사는 시누네에 왔는데,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치킨을 먹고 있다고 한다.

결국 세 식구만의 저녁이 되었다.

그런데, 아들이 냄새는 너무 좋은데 본인은 배불러서 못 먹겠다 한다.

그러면 밥은 먹지 말고 닭다리살만 먹으라 했다.

남편은 고기 산적과 나물을 먹으며 흡족해했다.

그러나, 스테이크를 먹더니, 한마디 했다.

"여보! 나 이거 왜 비리지? 향신료 냄새라고 해야 할까?"

"아! 그게 굴 소스를 때문일 거야..."

속으로 생각했다.'아 기가 막히게 아는구나'

냉동정육 특유의 냄새를 없애려 굴소와 갈릭 파우더를 때려부었다는 것을....

어쨌든 남편은 스테이크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아들은 두 조각을 먹더니, '맛있긴 한데....'라며서 말끝을 흐린다.

결국 요리에 쏟은 정성이 아까워 내가 다 먹는다.

진짜 맛있는데...

그렇게 먹고 치우고 한 시간이 지났을까?

슬슬 배고파진 아들이 지나가는 말로 운을 띄운다.

"엄마! 혹시 치킨 먹고 싶다고 하면... 아니야!!"

내가 눈을 흘기니, 아들은 쓰윽하고 자리를 피한다.

음식 앞에서는 무정한 장 씨 남자들...

이거 어디 해병대 캠프라도 보내야 정신을 차리지....

맨날 밥상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는 아는 건지...

당분간은 부엌에 들어가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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