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놀러 와서 말한다.
"야! 내일 엄마 감자 캐러 간다는데, 우리도 같이 가서 도와주고 얼른 끝내버리자"
"감자?! 아우 언니 한 번도 안 캐봤지?"
"응! 그래도 노부부만 땡볕에 하라고 하기 그렇잖아!"
"알았어! 내일 아침에 데릴러와~"
한 번도 감자를 캐보지 않은 언니가 호기롭게 말한다.
감자 캐는 거 생각보다 빡신데.....
그렇다! 절기가 하지가 되어가니, 감자수확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우리 집 정여사는 말로는 소작농이라고 하지만, 내 보기엔 기업적 영농이다.
안 심는 농작물이 없고, 그 양이 어마 무사하다.
심지어 그 어마 무사한 양을 파는 것도 아니다.
온전히 우리 가족과 엄마의 지인들에게만 나눠준다.
암튼 감자 캐러 가려고 아침부터 분주하다.
낮에 뜨겁기 전에 후딱 해치우자고,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다.
나는 아아와 아라를 대량으로 뽑아 얼음을 가득 넣고, 밭으로 향한다.
요번에는 감자 조금밖에 안 심었는다는 엄마의 말과
멀리서 보니,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아 언니가 금방 끝날 거 같다고 한다.
그러나, 쭈그리자마자 다리가 아프고 햇볕이 뜨겁다!
부지런히 호미로 감자를 캐낸다.
예전에 아버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수확할 때만 같으면 전부 농사 지을 거다!"
맞다! 호미질 한 번에 주먹만 한 감자가 우두둑 흩어져 나온다.
크고 단단한 감자를 보니, 왠지 배테랑 감자꾼이 된듯하다.
그러나, 그 설렘도 잠시
쪼그리니 다리도 아프고, 뙤약볕이 장난이 아니다.
언니가 이내 말한다.
"그냥 바닥에 앉아서 하자!"
캔 감자를 빠께쓰에 넣고, 수레에 붓는다.
수레에 한가득 감자가 차면, 아빠가 수레를 옮긴다.
그러기를 몇 번이 지났을까?
엄마의 고민이 들린다.
감자를 캐고 난 자리에 콩 모종을 심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으악! 이건 약속이 다른데...'
그래도 사람 많은 때 해버리는 것이 낫지 생각한다.
잠시, 만들어온 아아를 마시며, 바닥에 앉는다.
세상에 그거 조금 했다고 어깨가 아프다.
정여사는 맨날 아빠랑 둘이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감자이지만, 고추며, 배추며, 콩이며 아우 정말 어찌 그리 고생인지 모르겠다.
몸도 성치 않으신데 그만하시면 좋으련만....
다시, 몸을 일으켜 콩 모종을 심기 위해, 이랑을 정리한다.
'어머 웬일이니, 삽질 왜 이렇게 힘들어?'
보기에 대충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콩 모종을 심는 일은 감자 캐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워밍업인 이랑정리도 힘들었는데 말이다.
밭에 홈을 파서,
콩 모종을 2-3포기씩 넣고,
홈마다 조리로 물을 조금씩 부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다시 깊게 흙을 파서 모종이 잘 서도록 정리하고,
중간 이랑을 만들어 물을 부어야 한다.
그런데 호스가 말썽이다.
끝까지 오지도 않는데, 물이 나왔다 말았다 한다.
누구는 홈을 파고,
누구는 콩 모종을 싶고,
누구는 조리로 물을 붓고
각자 자기의 롤을 맡아서 후다닥 해버린다.
어느덧 밭일은 한지 5시간째!
오전에 바짝 끝내고, 오후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게 원래의 계획 이었구만!!!!!
농막에서 옷을 갈아입고, 미지근한 생수를 한통을 들이켠다.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이 힘든 일을 매일 하시는 부모님께 경이를 표하는 바이다.
집에 가려는데 엄마가 상추를 뽑아 가라고 한다.
난 극구 사양했다.
집에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뭐라도 더 주고 싶은가 보다.
근데, 상추가 너무 이뻐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다.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밥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밭에서 가까운 밥집으로 향했다.
근데, 숟가락 들 힘도 없다.
눈에 보이는 건 오직 병맥주뿐이었다.
얼음 같은 시원한 병맥주를 따라서 한 번에 원샷을 한다.
"어머머! 이래서 농사 지을 때 술을 마시는 거구나"
맥주가 이렇게 청량할 수가 없다.
너무 달고 맛있는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가 날아간 듯하다.
그리고 엄마한테 말한다.
"엄마! 자주는 못 올 것 같지만 또 올게~"
엄마와 아빠와 오랜만에 복닥 복닥 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