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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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일요일,
남편 친구들은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 이미 우리집을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친구들 따라서 사우나를 간다던 남편은 내 옆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가 떠있어도 쿨쿨쿨. 결국은 나랑 늦잠을 시원하게 잤다. 선물 받은 커피를 선물 받은 컵에 내린다. 사우나 대신에 일요일 아이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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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끝일 줄 알았던 양꼬치 가게.
점심을 먹으러 또 다녀왔다. 우리만의 김밥천국 느낌이랄까. 없는 게 없는 음식점에서 계란볶음밥이랑 된장찌개를 먹는다. 자주 오는 단골이라 후라이 두 개를 굽고 나물이랑 비벼먹으라며 양푼이에 참기름이랑 야채를 시원하게 넣어주셨다. 냠냠냠. 맛도 서비스도 다 좋아서 일주일에 다섯 번 갈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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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여유를 부렸다.
책 두 권을 그 자리에서 읽었다. 에어컨과 선풍기, 책, 아이스크림... 너무 좋은 조합의 여름 나기랄까. 친구들은 다시 우리집으로 모였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낮잠시간도 가졌다. 나도 한 시간을 자고 일어났고, 남편은 잠을 아껴가며 목공놀이... 목공 노동을 했다.. 손톱만 한 나무 모서리를 갈면서 손끝도 닳을까 봐 걱정걱정.... 목공꿈나무는 어느새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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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일요일이지만 걱정 없이 놀 준비가 된 사람들. 족발을 먹으려다 문이 닫는 바람에 장소를 바꿨다. 1차는 쪽갈비와 소맥. 가게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쪽갈비를 사정없이 뜯었다. 라면에 주먹밥은 애피타이저 느낌. 2kg를 뜯고 나서야 이성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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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차로 통닭집으로 향한다.
순살 양념과 후라이드를 앞에 두고 맥주도 신나게 마셨다. 끝일 줄 알았는데.. 3차는 노래방.. 80년대 사람들이라 옛날 가수들을 다 소환했다. 에메랄드 케슬.. FT아일랜드.. 노아??.. 나름 최신 가수인 러블리즈 노래에 떼창을 부르는 군인 오빠들 같기도 했던 노래방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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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끝인가 했는데 편의점에 들렀다.
누나가 쏘겠다며 누나 놀이를 하면서 각자 먹고 싶은 걸 바구니에 담았다. 리조또, 도시락, 쿠키, 막걸리, 육포, 아이스크림, 불닭볶음면, 도시어부 해물짜장, 맥주.... 배가 부르다면서 말이랑 다르게, 다 펼쳤다. 리조또와 도시락, 간장계란밥을 시작으로 불닭볶음면에 집중하는 우리들. 매운걸 잘 못 먹는 몇몇은 너무 맵다며 밑도 끝도 없이 ‘세뇨리따’를 외친다. 두 젓가락에 KO. 아무래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불닭볶음면에 에너지를 뺏긴 우리들은 너무 갑자기, 쿨하게 파했고 일요일 파티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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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때문에 속을 다칠까 봐 속을 보호하는 약을 먹는다.
가루에 사레들어서 용처럼 흰 가루를 뿜어내며 콜록콜록. 뭔가 하나도 쉽게, 편하게 가지 않는 이숭이표 시트콤. 이제는 자러 가야지. 함께여서 재미있었던 일요일 안녕!!!!!! 세뇨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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