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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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금요일,
중간이 없는 성격은 피곤하다..
오랜만에 켠 라방은 새벽을 잠깐 붙잡았고, 2시에 겨우 종료를 했다. 내 마음대로 낙서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들 속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보냈다. 고마울 때는 ‘감쌈당’으로 인사해야지. 모두들 감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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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늦잠꾸러기가 됐다.
예쁘게 말해서 늦잠꾸러기지만... 실은 잠탱덩어리였다. 남편이 아침 일찍 보건소를 다녀온 줄도 모르고 쿨쿨쿨. 나는 꿈에서도 바빴다.. 에스컬레이터가 내 신발을 삼켜버리는 바람에 신발을 구하러? 찾으러 다니는 꿈. 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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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라니...
남편은 폰으로 뭘 찾고 있는데 잘 안 나온다며 답답해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뭘 찾냐고 물었는데.. 이름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목심을 제대로 박기 위해서 위치를 잡아주는 도구라나 뭐라나...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속상하겠다’라고 다섯 글자로 대답하는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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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랑 식빵 러스크를 먹다가 공구함을 정리하는 남편.
앉아서 집중하길래 러스크를 집어 들고 가다가 시원하게 떨어뜨렸다. 와장창창 깨진 과자. 그때부터 이숭이는 파괴지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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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는 달콤하게.
아이스커피를 내리고 빵을 꺼냈다. 어제 사 온 레몬 케이크. 까넬블레빵, 삶은 달걀 2개씩을 먹고 배를 채웠다. 여기서도 파괴지왕은 본인의 재능을 뽐냈다. 빵을 떨어뜨리고 포크를 날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접시를 떨어뜨린다. 다행히 깨지지 않은 것에 안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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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목공놀이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책 한 권을 들고 쇼파에 자리를 잡았다. 스리슬쩍 누웠는데 ‘이숭이 좀 이따가 자겠네?’라고 말하는 남편.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냐고 했더니 1년 10개월 간 쌓인 이숭이 빅데이터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나는 곯아떨어졌고, 한 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다. 남편은 머리를 깎으러 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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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을 펼친다.
길고 길었던 19일간의 스티븐 스필버그 연설문을 끝내고 마하트마 간디를 만나러 왔다. 발음은 명확하진 않아도 끊어 읽는 것과 내용은 정말 확실했다. 5일이 기대되는 그의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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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밥을 안쳤다.
남편이 휴가인데 나도, 주방도 휴가를 보내고 있다. 메뉴는 잡곡밥, 청국장, 삼치구이, 깍두기. 몇 번 끓여본 덕분에 청국장은 이제 어렵지 않다. 맛도 그럴듯하다. 남편이 칭찬을 해주니 어깨춤을 추는 청국장 달인 이숭이 선생. 무엇보다 집밥을 해먹은 우리가 대견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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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네마 오픈.
라방의 유혹을 뿌리치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암수살인’으로 정했다. 김윤석과 주지훈의 연기를 보면서 폭 빠져들었다. 주연도, 조연도 다 연기를 잘해서 더 답답해하고 더 분개하면서 몰입하는 우리. 오늘의 디저트는 아이스커피랑 콘칲. 과자 흘렸지 뭐... 여기서 끝이면 좋겠지만,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려는 순간 연필심이 다 뽕개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던 명언을 떠올리게 하는 이숭이의 파괴지왕 놀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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