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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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목요일,
잠 때문에 망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숑..
바로 나.. 꼭두새벽에 일어날 욕심도 없었는데.. 아침에만 일어나면 되는데... 눈만 뜨면 시곗바늘은 10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도 늦잠꾸러기 이숭이는 아주 달콤하게 자고 일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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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혼자서 복숭아를 깎아먹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나가자마자 눈에 보인 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도넛 한 개를 조용히 먹으려던 남편이었다. 딱 걸렸다. 빼앗아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뭔가 딱 걸린 눈치였다. 흐흐흐. 목공꿈나무는 아침부터 세탁기를 돌리고 유튜브를 보면서 백수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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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다닥 영어공부를 끝냈다.
동네빵집 빵을 먹으면서 커피를 마신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나는 알록달록 책갈피를 만들고 남편은 택배를 포장했다. 휴가를 보내는 그에게 소일거리를 주신 이숭이월드 고객님들 만세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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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동 ‘웨이투고’ 카페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서 귀여웠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늑했다. 안 쪽에 있는 구석진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랑 레몬 케이크를 먹는다. 한 입 먹자마자 눈이 땡그래 졌다. 그릇까지 베어 먹을 기세로 포크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남길까 봐 그릇 가까이 입을 대고 먹었다. ‘너무 맛있다’는 말을 스무 번은 한 것 같다. 폭폭한 빵과 새콤하고 깊은 레몬맛의 조화로움을 느끼고는, 집에 갈 때 하나를 더 사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맛이랄까.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조용한 시간에 사장님이랑 수다도 떨었다. 사담이 길어져 ‘way to go’라는 말을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다는 얘기까지... 상냥한 사장님 만세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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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장을 봐왔는데...
집밥을 해 먹겠다며, 청국장을 끓여먹겠다던 이숭이는 어디로 갔냐. 남편의 휴가와 함께 나의 몸도, 영어공부도, 운동도, 우리집 부엌도 다 휴가인가 보다. 한 번이 어려울 뿐 쿨하게 쉬고 있다. 내일은 꼭 집밥을 먹기로 하고, 상인동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결정한 메뉴는 족발과 왕쟁반막국수. 명이나물까지 추가해가며 족발을 시원하게 뜯었다. 방학기간이라 젊은이들 속에서 번화가를 누리는 재미도 쏠쏠한 오늘. 배가 부르다는 표현도 식상하고, 꽤 그럴듯한 느낌을 찾았다. ‘오빠.. 나 배꼽이 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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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돌고 컴백홈한 우리.
목공꿈나무는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손톱만 한 마그넷에 자석을 붙이고 조립을 했다. 나는 오늘도 입으로 목공꿈나무를 응원해줬다. 태평양 같은 남편은 이런 나를 좋아해 줘서 참 다행이다. 킥킥킥킥. 일기도 다 썼으니 라방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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