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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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금요일,
모기장 텐트는 꿀잠을 부른다.
창문을 열어놓은 내 방에 빛이 들어와도, 자동차가 지나가도, 새가 짹짹거려도, 거실엔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도 쿨쿨 자는 이숭이. 통영집은 너무너무 시원하다. 맞다.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잘 수 있는 그런 곳이었지.. 대구랑 다른 곳이었지.. 내가 꿈속을 헤매는 동안 남편은 회사에 잘 도착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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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한 모습으로 부엌으로 나갔다.
엄마는 내가 일어났다며 좋아하신다. 영문도 모른 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자마자, 나는 엄마의 오른팔이 되었다. 목표는 잡채 60인분 만들기. 엄마아빠, 오빠, 우리 이렇게 세 집을 가르기 위해 잡채 파티를 열었다. ‘게맛살을 잘게 뜯어라’ ‘파를 채 썰어라’ ‘물을 끓여라’ ‘돼지고기를 볶아라’ 등등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라따뚜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리사 링귀니는 나였고, 생쥐는 엄마였다. 그녀의 명령대로 큰 대야에 모든 재료를 넣고 이리저리 버무렸더니 잡채가 완성됐다. 오후에는 김밥이, 내일은 나물이 기다린다! 요리꿈나무가 출동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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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면 찾아오는 그것.
앉아서 졸다가 내 방으로 가서 낮잠을 실컷 잤다. 선선한 방은 또 꿀잠을 불러왔고 4시 반에 일어나 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내 눈 앞에는 김밥 재료를 다 준비돼 있다. 엄마의 주문은 ‘김밥 10줄을 마는 것’. 엉성하게 말은 치즈김밥을 엉성하게 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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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고스톱 뽕게임이 시작됐다.
2만원으로 시작해 잃고 잃고 잃었다. 그래도 파산을 하지는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늘 마지막은 가진 돈을 배팅해서 한 판으로 운명의 신을 결정했다. 오늘의 승자는 아빠. 8만원을 거머쥐고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신다. 오예! 본전 플러스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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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운동을 했다.
유튜브를 켜놓고 20분 동안 땀을 쭉쭉 흘렸다. 어느새 다들 사라지고 나는 거실을 차지했다. 혼자서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고 있다. 내 방으로 들어가야지. 오늘도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았다. 이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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