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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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목요일,
어제도 화장실쟁이, 오늘도 화장실쟁이.
다행히 잠이 들어서 잘 자고 일어났다. 새벽 4시에 대장내시경 준비 시작. 어제 1차 약물을 마시고, 2차로 1리터 약물과 물 500ml, 시럽 같은 약 하나를 먹어야 한다. 4시부터 5시까지 시계를 옆에 두고 15분 간격을 두고 마신다. 아, 이런 맛이었지. 속이 니글니글... 두 번째 마시려니 어째 잘 안 넘어간다. 슬슬 신호가 오가 시작하더니 5시부터 화장실을 열 번이나 갔다... 어제오늘 20번이나 가다니..... 응답하라 1988 덕선이의 ‘졸졸졸’ 모습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엄마랑 꼭두새벽부터 화장실 바통터치를 하는데...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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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화장실을 찾을지 몰라 아빠를 운전기사님으로 정했다. 제발 지리지만 말아줘..... 병원 가는 그 시간까지만 버텨줘.. 다행히 잘 견뎌내서 부산 병원에도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위, 대장 내시경, 복부 하부 초음파 검사를 끝냈다. 병원은 검진만으로도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다. 괜히 걱정돼서 배도 찌릿찌릿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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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는 달리 수면내시경으로 잘 마쳤다.
검사받은 기억도 없이 깨어나서는 비몽사몽 이숭이. 결과는 나중에 나올 테지만 오늘 대장내시경 큰 산을 넘었으니까, 이것만으로 위안 삼아야지. 엄청난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 대장내시경 준비..... 너무 무서웠다.. 셋이서 백화점 식당에 가서 먹은 건 낙지볶음. 순한 맛이지만 맛이 없어서 아쉬웠던 공복 첫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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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병원 한 군데에 들렀다.
검진을 잘 마치고 통영으로 향하는 우리. 기사님이 운전하는 동안에 옆에서 자면 안 되는데... 철부지 딸은 헤드뱅잉녀가 되어있다. 아이참. 긴장이 풀린 거랑 잠이 동시에 와서 깰 수가 없었다... 통영 식당에 도착하니 눈을 뜨는 먹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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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후식을 먹고 밤 열 한시까지 고스톱 뽕게임을 했다. 마지막 각자 번 돈을 모두 배팅해서 몰아준 결과, 친오빠가 2만 원을 따갔다. 본전으로 돌아갔고, 나는 꿈나라로 날아갈 테야. 남편은 여태까지 목공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슬 정리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갈 거라고 하는 남편. 남편 만세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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