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21일 수요일,
어젯밤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발견한 남편의 입꼬리.
그의 입꼬리는 한없이 올라가 있었다. 왜냐! 왜냐! 왜냐하면 내가 친정에 가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이숭이가 없겠지’ 온갖 슬픈 표현을 하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이숭이 친정 간다!!! 자유 남편 시작!!!!
.
아침에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터미널로 향했다.
10시 반 버스를 타고 2시간 동안, 거의 2시간 가까이 헤드뱅잉을 하는 이숭이. 목이 아파서 눈을 떴을 때 통영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도 터미널로 데리러 오시는 아빠. 오랜만에 나누는 첫인사는 하이파이브였다.
.
통영이구나.
친정에 왔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시원하고 선선한 온도. 그리고 모기장 텐트가 설치된 내 방. 그리고 하루 종일 뉴스만 나오는 텔레비전. ‘밥 먹어라, 과일 먹어라, 물 마셔라’ 랩처럼 흘러나오는 엄마 아빠의 애정잔소리.
.
잠깐 외출을 하고 동생들을 만났다.
에너자이저 귀염둥이 영광이도 합세. 꿈뻑꿈뻑 눈을 감았다 뜨는 모습도, 크크킁거리는 소리도, 신나서 방방 뛰는 모습도, 아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난감을 꼼지락거리는 모습도 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 그러다 내가 지친 건 비밀. 더 놀고 싶었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빠른 귀가를 했다.
.
집에 오자마자 눈에 보이는 통 하나.
내일 엄마랑 대장 내시경 검사가 있어서 약을 탄 물을 마셔야만 한다. 15분마다 250ml씩 마시기를 네 번, 물도 1리터 마시고 나면 내일 새벽 4시에 이걸 한 번 더 반복해야 한다. 갑자기 자연이 나를 부르더니 화장실쟁이숭이가 되어버렸다. 아, 3시간 만에 화장실 10번....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는 경험이다. 나 오늘 밤 잠은 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