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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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토요일,
비바람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건 휴식이었다.
금요일 밤을 지새워도 걱정이 없는 주말. 폰 화면으로 들어가더라도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주말. 실제로 남편은 새벽을 붙잡았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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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통영으로 가고 있을 시간, 해양공원에서 마켓을 열었을 시간에 눈을 떴다. 조금 이따가 남편은 머리를 깎으러 떠났다. 나는 그 시간마저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리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시원하게 머리털을 정리한 남편은 우리집도 정리를 할 계획인지 뒷 베란다로 향했다. 공간이 좁아서 세탁기가 앞으로 뾰쪽 나와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 수도꼭지를 교체해서 쭈욱 밀어 넣었다. 얼굴과 몸을 향한 물 샤워는 이벤트였다. 물쇼쇼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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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으로 갔다.
2호점에서 빵 몇 개를 담고 1호점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두 곳 다 매력이 넘치는 빵들이라 적당히 살 수가 없었다. 식빵이랑 크림치즈빵, 팥빵을 먹고 커피를 한 잔씩 더 마셨다. 나는 시원한 두 잔, 남편은 따뜻한 두 잔. 치아바타랑 할라피뇨 치즈도 꺼내서 베어 먹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탄수화물과 카페인 파티는 아주 성대하게 열렸다. 수다, 책, 낙서, 글씨까지 천천히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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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서 고구마랑 사과를 샀다.
빛의 속도로 계산을 하고 남편의 친구 부부를 만났다. 장소는 웨이투고 카페. 더 이상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아, 옮긴 곳에서 빵 파티가 다시 열렸다. 레몬 케이크는 눈으로 먹고 새로운 케이크를 골랐다. 부드러운 무화과, 많은 사람들이 왜 추천하는지 알게 된 바노피, 달지 않은데 달달한 초코케이크를 싹쓸이하는 우리 넷. 아주 여유로운 토요일이 참 마음에 든다. 이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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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다시 다 잠갔다.
태풍이 무서운 이숭이. 고리를 걸어놓는 행위만으로도 공포심을 덜 느끼고 싶나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던 건 ‘멜로가 체질’ 13화를 봤기 때문이었다. 이번 키워드?는 방귀였는데 지난 겨울밤, 동률님 콘서트에 터져버린 방귀 에피소드가 떠올라서 더 재밌게 봤다. 으흐흐. 항생제가 만들어 낸 나의 풍팡팡 방귀들. 드라마 하나에, 약속 없는 주말이, 좋아하는 빵집이, 토독토독 빗소리가 선물해주는 평화로운 밤. 나도 너도 우리도 모두 피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