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9월 23일 월요일,
일어났을 땐 이미 태풍이 지나가고 없었다.
해가 났다가 사라졌다 하는 월요일 날씨. 세탁기를 돌리고 환기를 시원하게 시켰다.
.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있다.
보고 싶은데 목록만 추가하고 보질 못했다. 그러다 오늘은 어쩐 마음이 들었는지 ‘인사이드 아웃’을 봤다. 이 애니메이션이 나왔을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되게 잘 만들었다. 엄청나게 집중해서 봤다. 무엇보다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기쁨, 즐거운 감정만 좋고 행복한 게 아니라 희로애락, 긴장, 그저 그런 상태 등 내 안에 있는 감정들 모두가 다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남편이랑 다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하나가 늘었다.
.
퇴근한 남편이랑 마트에 갔다.
먼저 오락실에 들러 농구게임을 했다. 이제는 1쿼터는 식은 죽 먹기라서 혼자서도 잘 해냈다. 둘이서 2천 원어치 게임을 하고 나면 이숭이의 땀샘은 과도하게 폭발해버리고 만다.
.
장보기 시작.
주말에 올 남편 친구들을 위해, 우리를 위해 이것저것 담았다. 배까지 고팠으니 식자재 소비가 더 많아졌다. 우리의 엥겔지수는 매우 높음. 시도해보고 싶은 음식들도 많았지만 모험을 즐기지 않는 우리. 그래도 호기심 덕분에 지평 생막걸리도 하나 담았다. 무슨 맛일까.
.
나왔으니까 외식이지.
밖에서 먹는 음식, 오예. 우리가 좋아하는 맥도날드로 가서 햄버거 세트를 시켜먹는다. 각자의 하루 이야기부터 날씨, 절기까지 넘어왔다. 오늘은 ‘추분’이란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니 새삼 낮이 많이 짧아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웠는데 집에서도 긴팔을 입고 양말을 신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많이 추분 날’이라고 말하는 남편. 위트 있다. 캬캬캬.
.
속전속결로 앞머리를 깎았다.
일정하지 않는 길이가 매력포인트랄까. 어깨에 닿지 않았던 머리카락도 어깨 선을 넘었다. 손톱 발톱도 어쩜 이렇게 잘 자랄까.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가을이 오는 동시에 나태하고 나태하게 보내고 있는 이숭이의 나날들. 다시 루틴을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파이팅. 나는 따뜻한 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