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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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화요일,
필라테스 28일 차(요가 118일 차).
오랜만에 큰 맘먹고 아침 운동을 나갔다. 9시라서 8시 30분쯤에 도착해서 열심히 몸을 풀어본다. 요즘 운동을 피해 다녔던 이숭이는 오늘 왠지 영혼이 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구령대로 동작을 하나둘씩 따라 했다. 오른쪽 무릎이 찌릿찌릿하더니 결국 사시나무 떨듯 파르르르르 떨리는 내 다리. 신이시여, 이게 정녕 제 다리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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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쭈욱 빼고 집으로 왔다.
씻기 전에 유튜브 보면서 10분 동안 움직여서 땀을 더 빼본다. 깨끗하게 씻고 나와서 마스크팩까지 붙이니 뿌듯함이 흘러넘쳤다. 눈을 뜨고 있었는데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다. 마스크팩의 촉촉한 느낌이 사라질 때쯤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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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삶은 달걀, 고구마랑 우유.
디저트는 그릭요거트에 아로니아를 넣어 먹었다. 아로니아는 갈아먹지 않는 이상 생으로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 온 요거트에 열댓 알 정도를 넣고 같이 떠먹었다. 오늘도 얼굴이 찌그러지는, 못생겨지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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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는 ‘로얄 테넌바움’.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보고 싶어서 틀었다. 영화가 전개되는 방식이나 영상미, 알록달록한 색깔, 조금은 독특한 스타일로 볼 때 낯설지가 않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었다. 어쩐지 분홍색이 많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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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대충 도착할 시간이 되면 현관문에서 기다리곤 한다.
오늘도 거의 정확하게 마주친 우리. 반갑다며 인사를 하고는 저녁밥을 차렸다. 메뉴는 검은콩 잡곡밥, 소고깃국, 비엔나소세지, 오징어젓갈. 오동통한 소세지가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를 기다렸다. 냠냠냠. 함께 먹는 저녁밥은 언제나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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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목공놀이를 하면서 영화를 하나 틀었다.
‘577 프로젝트’. 예전에 극장에서 봤는데 다시 보고 싶어 졌다. 다큐인지 영화인지 장르가 헷갈렸는데 다시 보니 코미디였다. 하정우와 공효진 멤버들이 국토대장정을 하는 동안 우리는 간식 대장정을 펼쳤다. 약과, 포도, 요거트, 주스 등등. 같은 대장정이니까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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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는 신나는 노래를 듣다가 장르를 바꿨다.
어제에 이어 박지윤 노래로 차분하게. 잔잔하고 평화로운 밤이 찾아왔다. 편안한 꿈을 꿀 것만 같은 기분. 모두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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