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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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금요일,
왜? 왜? 왜?
잠을 못 잤을까. 커피 때문이라고 하기엔 대낮에 마셨는데.. 너무해 정말. 12시 전에 누웠지만, 잠들다가도 금방 깨고 계속 뒤척이다가 깨서 시계를 보면 한 시간씩 흘러가 있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편도 계속 깼다. 푹 자고 싶었는데..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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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120일 차.
금요일은 소도구로 운동하는 날. 미니 짐볼 하나씩을 들고 몸 앞 뒤로 근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공을 잡고 앞으로 양손을 뻗는 동시에 한쪽 다리는 땅에 딛는다. 그리고 손을 위로 뻗으면서 다리를 드는데... 그 모습은 흡사 오랑우탄 같다. 그곳에 열 마리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쿵쾅쿵쾅 거리는 모습이 웃겨서 빵 터졌지만, 다시 집중을 하면서 진지한 오랑우탄으로 변신해버린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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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시원하게 씻고 집 정리를 했다.
남편 친구들이 놀러 오니까 조금 더 깔끔하게 쓸고 닦는다. 하기 귀찮은 창틀까지 청소를 했더니 우리 집이 반짝반짝해졌다. 노동을 한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아메리카노랑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니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먹고 놀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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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다녀온 남편은 퇴근하고 나서 뒤에 합류를 하기로 하고, 먼저 넷이서 조용조용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일어를 못해서 통역이 필요했는데, 통역을 해주면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가, 그냥 눈치껏 분위기를 봐가며 알아듣기도 했다. 엉터리여도 괜찮다. 그냥 웃고 노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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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는 삼겹살.
10분 정도 걸어서 고깃집으로 갔다. 고기를 먹으면서도 짠짠짠 건배는 계속 이어진다. 어색해도 짠짠. 재미있어도 짠짠. 나의 건배사이자, 우리의 건배사 ‘잇쇼니 이키마쇼’를 외치며 잔을 부딪힌다. 2차는 집에 와서 통닭을 시켰다. 닭을 뜯고 맥주를 마시는 금요일 밤. 집에서 일어가 들리니 일본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한 언어 능력자들이 내 곁에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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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은 라벤더 캔들에 불을 붙였다.
나무가 타면서 내는 타닥타닥 귀여운 소리를 좋아한다. 한참을 태웠더 어느새 예쁜 향기를 우리집, 그리고 이 분위기에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주황빛 불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킁킁거리는 평화로운 금요일 밤. 함께해서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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