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9월 26일 목요일,
요즘은 폰을 내려두고 잠깐 눈을 감으면 잠이 든다.
남편이 폰을 가지고 놀 때, 남편 쪽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꿈나라로 떠나는 이숭이. 나는 내가 언제 잠들었는지, 남편은 언제 누웠는지도 모를 정도로 수면 세계에 집중을 했나 보다.
.
요가 119일 차.
오랜만에 요가이모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갔다. 맨 먼저 도착한 우리는 몸을 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주변으로 퍼지는 향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에 ‘이 음악을 들으니까 코스모스 길을 걷고 싶다’는 왕이모. 그녀는 소녀감성이었다. 옛 필라테스 동기 이모야들이랑 주거니 받거니가 잘 돼서 조만간 밥 먹는 모임에 합류가 될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힘든 목요일 요가 수업. 정신없이 따라 하고 땀 닦기를 반복하고 나니 명상 시간이었다. 하. 고생했다. 내 몸아.
.
요가이모랑 근처 카페로 갔다.
어니언 베이글 하나, 커피 두 잔을 시켜서 한 시간 넘게 제대로 주거니 받거니를 하는 두 사람.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난여름의 이야기들, 근황 토크, 여행의 중요성, 지나간 인생 하소연?을 나누며 커피 한잔으로 씁쓸함을 달랬다. 어제 그토록 마시고 싶었던 커피를, 그것도 아이스커피를, 진한 투샷을 마시니까 너무너무 좋다. 내일도 이모 차를 타고 운동하러 가기로 했다. 다시 운동해야지.
.
집에 와서 마스크팩을 하고 누웠다.
20분 후에 머리를 말리고 오후는 내내 패드로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갑자기 눈알이 빠질 정도로 샥샥 쓰고 샥샥 지웠다. 꾸준히 연습해서 더 다양하게 그림을, 글씨를 표현하고 싶은 이숭이의 다짐이랄까. 그렇지만 생각만큼 잘 안돼서 엄청나게 좌절을 했다. 이럴 땐 ‘꾸준히의 힘’을 믿어야지. 펜을 놓지만 말아다오.
.
저녁은 떡볶이랑 어묵 튀김.
둘 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서 순대도 생략하고 양을 많이 줄였다. 매번 똑같은 레시피로 만드는 떡볶이는 오늘도 맛있다. 고추장을 바꾼 탓에 맛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둘 다 깨끗이 비웠다. 설거지를 안 해도 될 정도로 그릇이 빛난다.
.
분리배출을 하고 폐식용유를 버린다.
남편에게 추희를 깎아달라며 부탁 아닌 심부름을 시켰다. 달달 아니 새콤한 맛 때문에 눈이 절로 감긴다. 남편은 내게 계속 윙크를 하고 있다. 아이참. 매력 어필의 시간인가.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다정한 내 사랑. 우리 남편. 만세 만세 만만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