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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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돌아보며,
한 달 정산 글도 네 번밖에 안 남았다.
유난히 잔잔히 흘러갔던 날이 있는가 하면 너무 쏜살같이 흘러가서 금세 새로운 달을 시작하기도 한다. 9월이 그랬다. 심리적으로 빨리 지나가는 달이었다. 일을 할 때도 그랬고, 전업주부로서의 삶도 비슷하다. 더운 여름에서 벗어나 차가운 공기가 살짝 느껴질 때 왠지 모를 ‘올 해도 다 지나갔다’는 헛헛함, 남편의 생일, 명절, 사람들과의 만남 등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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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엔 운동을>
9월부터는 조금씩 운동을 나갔다.
그중에 일주일은 그냥 통째로 날렸지만 후회는 없다. 애매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지만, 가끔 중간이 없는 성격이어서 그냥 바닥을 치고 나서 다시 올라오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마음잡고 다닌 운동은 역시 힘들다. 지난여름 너무 게으르게 보냈던 탓에 있던 근육조차 다 잃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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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빅 이벤트>
9월엔 남편 생일과 추석이 있다.
우선 두 가지의 이벤트만 해도 마음이 바쁘다. 남편 생일은 뭘 차릴지에 대한 고민, 이번 추석은 혼자서 음식을 하러 가야 하는 묘한 긴장감이 이미 가득 찼다. 음식은 어찌어찌 차렸고, 할 줄도 모르고 쟁쟁쟁거리며 울려대는 우쿨렐레 소리로 남편만의 유랑단이 되어본다. 그리고 명절도 잘 지냈다. 남편 쪽 친척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추억도 만들고, 그 외에 남편 친구들 모임, 내 친구들, 지인들까지 만나면서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리스언니와의 대구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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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이 사업자 되다>
9월의 제일 큰 키워드는 사업자등록증.
사업자등록증만 나왔을 뿐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생각보다 절차도 간단하고 빨리 나와서 사업자가 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되는 건 모르는 세계를 향한 불안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젠 모르겠다. 앞으로 겪어봐야겠지. 새로운 꿈을 하나 이룬 것 같아 즐거운 긴장이 충만했던 순간이었다. 아아, 저는 이숭이월드의 이숭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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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빠지다>
8월부터 조금씩 혼자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남편이랑 보는 게 재미있는데, 은근히 제약이 있어서 혼자 보는 걸 택했다.(그 부분에서 남편이 좋아했다) 일단 나는 영화 장르를 가려서 보는 사람이고 남편은 장르를 따지지 않는다. 액션과 좀비를 좋아해서 내가 없을 때마다 혼자서 보는 남편의 배려를 떠올려본다. 무작정 같이 보기엔 남편도 끌리지 않는 영화가 있을 것 같아서 야금야금 봤더니 21편이나 봤다. 새로 본 것 중에서는 기생충,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빅 피쉬, 인사이드 아웃을 재밌게 봤다. 영화랑 ‘멜로가 체질’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문화생활을 충분히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