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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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화요일,
필라테스 29일 차(요가 121일 차).
일주일 중 화요일이 제일 부지런하다. 9시 운동을 가려면 8시 반 전에는 나와서 몸을 풀기 때문에 가끔 출근시간에 길이 막힐까 봐 더 서두르고 있다. 맨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몸을 푼다. 회원들이 가져온 커피와 사과로 배를 채웠다. 헤이즐넛 향이 좋아서 킁킁킁. 향이 너무 좋잖아. 운동 전에 먹지 않을랬는데 먹고 말았다.. 기구 필라테스로 낑낑낑. 머리 밑, 등이 살짝 촉촉하게 젖을 정도면 지방이 타고 있다고 했다. 나는 땀이 감당 안 될정도로 줄줄줄 하는데.. 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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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 다녀왔다.
지난주에 문자가 누락돼 일어난 일 때문에 헛걸음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잘 처리가 됐다. 주차공간도 많고, 기다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널널하고, 필요한 서류도 얻었으니 대 성공. 짝짝짝. 씻기 전에 달걀 하나를 까서 먹었다. 운동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운동 후에 잘 먹어줘야 한다고 했다. 근손실을 막기 위한 나의 작은 노력이랄까. 담백한 달걀이 맛있다. 씻고 나와서 밥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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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틀었다.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라기에 바로 오케이. ‘카페 소사이어티’. 옛날 배경과 의상, 음악, 영상이 예뻐서 열심히 봤지만, 내용은 예쁘지 않은 다소 불편할 수 있을 법해서 적당히 의미를 둬가며 봤다. 할아버지 나이 80대인 감독은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이 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도 감성 터지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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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날엔 지난달에 대한 글을 쓴다.
가스 검침 표에 사용량을 적어 두고, 매일 써놓은 일기와 사진첩을 돌려봤다. 한 달을 돌아보며 나의 장기 기억소로 저장하는 행위이자, 다가올 미래를 다짐하는 의식이기도 한 정산 글쓰기. 오후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키보드를 들고 침대에 가지 않았더라면, 썼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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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잤다.
남편이 퇴근한다는 연락이 올 때쯤에 눈을 떴다. 온몸이 땅 밑으로 떨어질 듯한 무거움을 지닌 채 꿈나라를 헤맸다. 키보드는 잊힌 지 오래됐고 일어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꿈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저녁 준비’, ‘잔다고 밥을 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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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왕뚜껑과 쪽갈비.
봉지라면도 없어서 컵라면을 뜯었다. 남은 쪽갈비를 데우고 달걀 두 개를 삶는다. 밥 조차도 안치지 않는 불량주부 이숭이. 오히려 ‘나 밥 안 했는데 어쩔래’로 세게 나가는 카리스마? 아니 양아치 이숭이. 극한 직업은 이숭이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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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 16화.
16번의 설렘, 16번의 기쁨, 16번의 찡함이 있었던 드라마를 드디어 다 봤다. 탄산수에 레몬청을 넣고 나쵸를 치즈에 푹푹 찍으면서 보는 퇴근 후의 삶. 처음부터 끝까지 센스 있는 이 드라마가 참 좋다. 다음에도 꺼내보고 싶은 멜로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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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라니.
4/4분기라니.
아직 익숙하지 않은 숫자 10. 달력 두 장만 더 넘기면 2019년도 끝이다. 나이만큼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을 공감하면 나이가 든 걸까. 시계태엽을 너무 빠르게 감아놓은 것 같아 놀랍고 놀랍다. 9월처럼 잔잔하고 행복한 10월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지금처럼 우리 계속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