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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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토요일,
알람 소리에 흐느적흐느적거린다.
주말만큼은 알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데. 반갑지 않은데 일어나야 한다. 남편이 부모님 일손을 도와드리는데 나는 쫄래쫄래 따라간다. 다들 일하는 동안에 나는 폰을 보거나 낙서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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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를 생각하며 기다렸는데..
돈가스 가게가 휴일이라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뜨끈뜨끈 튀겨져 나온 추어튀김을 계속 집어 먹었다. 여름날 보양식 같은 음식 한 그릇을 비우고 시부모님 댁으로 가서 과일이랑 전병도 먹었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했지만..) 화단 같은 곳에 간판도 세우고 자동차 에어컨 필터도 바꾸며 보낸 오후. 방바닥에서 만원을 주웠다. 줍는 사람이 임자라며 내 손에 들어온 돈으로 달걀 한 판을 사들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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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닌 카페에 들렀다.
작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최근에도 몇 번이나 갈 뻔했는데 못 갔던 곳에 남편이랑 왔다. 집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고, 골목 안에 있어 일부러 가기엔 시간, 의지가 필요한 장소였다. 남편이 이 카페는 어디에 끌렸냐고 물어보길래, 제일 먼저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 이름은 가장 낭만적인 위로, Day Day. 이름부터 이미 감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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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임자 빙수, 스콘, 바닐라라떼를 먹었다.
고소한, 꼬순, 꼬소한 흑임자를 좋아하는 남편은, 어딜 가면 흑임자 메뉴를 잘 고르는 편이다. 진한 흑임자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빙수를 폭폭폭 떠먹는다. 맛있다며 나도 몇 숟가락을 들었다. 따뜻한 스콘에 버터랑 딸기잼을 발라먹으면 어느새 낭만적인 분위기가 뿅! 하고 나타난다. 여기처럼 예쁘고 맛있는 공간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다. 토요일스러운 다정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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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분식집에 들어갔다.
카페랑 단골 코스인 프롬마더. 돈까스도 먹고 싶고 김밥도 먹고 싶은데 우리의 배는 이미 7할이 넘게 차있다. 그래서 선택한 떡볶이랑 비빔만두. 달짝지근한 떡볶이가 맛있는데 묘하게 맵다. 아니 매웠다. 매운맛 쫄보 둘이서 헥헥거리며 먹는데 누가 보면 불닭볶음면 먹는 줄 알겠지.. 맛있는데 매워서 헥헥헥. 물로 더 배를 채운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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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의 기록을 남긴다.
그냥 자고 싶을 때도 많고 확 줄여서 간단하게 적고 싶을 때도 많다. 오늘 느꼈던 감정, 감성을 내일 찾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겨우겨우 적는다. 마지막 글자를 누르고 글을 올리고 나면 ‘오늘도 끝냈다’는 성취감 뿜뿜. 이것 하나만큼은 오늘도 해냈다는 생각을 매일 느끼고 있는 이숭이의 일상. 이천십구년 시월 오일 토요일 일기 끝.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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