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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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금요일,
요가 123일 차.
금요일은 소도구 수업이라서 재미있다. 부담스러워 땀 폭발하는 파트너 요가만 빼면 200% 만족인데.. 매주 새로운 소도구로 운동을 하는데 오늘도 한껏 기대를 하고 요가학원으로 향한다. 엇, 원장 선생님이 안 계신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지.. 소도구 대신에 요가를 한단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수리야 A, B동작으로 연결시켜서 수련을 했다. 부들부들 몸은 떨리고 힘이 들지만 한 점을 바라보며, 나만의 호흡으로 집중을 해본다. 땀이 줄줄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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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이모랑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집에 뛰어가서 빛의 속도로 씻고 입술만 바르고 튀어나왔다. 땀내 나는, 쉰내 나는 나를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꼭 씻어야만 했다. 이모차를 타고 롯데백화점으로 고고. 이불이랑 레깅스를 살 계획이었던 이모는 옷을 샀다. 심지어 이불가게는 가지도 못했다는 거. 충동인 듯 충동 아닌 충동 같은 오늘의 쇼핑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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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볶음 가게는 빈자리가 없어서 중국집으로 바꿨다.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하얀 짬뽕을 시킨다. 배부르게 밥도 먹었으니 구경해볼까나. 덕분에 나도 옷을 엄청 많이 입어봤다. 우리는 서로 코디를 해주며, 피드백을 해주는 그런 사이였다. 그리고 마음에 든 원피스 하나. 아니 앞치마 하나. 실은 원피스였지만 앞치마라고 얘기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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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랑 케이크까지 야무지게 먹고 좀 더 구경을 하다가 4시 반쯤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나갔는데 해가 질 시간이 됐다. 부랴부랴 씻고 청소를 하고 집 정리를 했다. 여유도 없이 저녁 준비 시작. 어제 메뉴에서 삼치구이를 추가했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생선구이 성공. 양상추 샐러드는 검은콩가루를 너무 부어버려서 흙샐러드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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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도착했다.
도로시 원피스(내 맘대로 애칭)를 입고 현관문 앞으로 뛰어갔다. 다소 과해 보이는 복장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앞치마라고 강조했다. 남편은 별다른 반응도 없는데 나 혼자서 ‘이건 앞치마라 주방에서 입어야 한다’고 마음대로 말을 해댔다. 이상하게 말해도 웃어주는 남편이 참 고맙다. 능글능글미 이숭이와 태평양같이 마음이 넓은 남편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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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를 본다.
아이스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 두 조각을 꺼내서 먹는다. 재난영화라 심장이 쫄려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일기를 쓰고 남편은 글씨를 쓰고 폰이랑 놀고 있다. 알차게 보낸 금요일, 너무너무 피곤해서 눈이 반쯤 감긴 이숭이. 앞치마 입고 자러 가야지. 히히히. (갑자기 마무리하는 일기.. 피곤해서 이하 생략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