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0월 4일 금요일,
요가 123일 차.
금요일은 소도구 수업이라서 재미있다. 부담스러워 땀 폭발하는 파트너 요가만 빼면 200% 만족인데.. 매주 새로운 소도구로 운동을 하는데 오늘도 한껏 기대를 하고 요가학원으로 향한다. 엇, 원장 선생님이 안 계신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지.. 소도구 대신에 요가를 한단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수리야 A, B동작으로 연결시켜서 수련을 했다. 부들부들 몸은 떨리고 힘이 들지만 한 점을 바라보며, 나만의 호흡으로 집중을 해본다. 땀이 줄줄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박수를.
.
요가이모랑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집에 뛰어가서 빛의 속도로 씻고 입술만 바르고 튀어나왔다. 땀내 나는, 쉰내 나는 나를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꼭 씻어야만 했다. 이모차를 타고 롯데백화점으로 고고. 이불이랑 레깅스를 살 계획이었던 이모는 옷을 샀다. 심지어 이불가게는 가지도 못했다는 거. 충동인 듯 충동 아닌 충동 같은 오늘의 쇼핑시간이었다.
.
철판볶음 가게는 빈자리가 없어서 중국집으로 바꿨다.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하얀 짬뽕을 시킨다. 배부르게 밥도 먹었으니 구경해볼까나. 덕분에 나도 옷을 엄청 많이 입어봤다. 우리는 서로 코디를 해주며, 피드백을 해주는 그런 사이였다. 그리고 마음에 든 원피스 하나. 아니 앞치마 하나. 실은 원피스였지만 앞치마라고 얘기를 할 생각이다.
.
커피랑 케이크까지 야무지게 먹고 좀 더 구경을 하다가 4시 반쯤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나갔는데 해가 질 시간이 됐다. 부랴부랴 씻고 청소를 하고 집 정리를 했다. 여유도 없이 저녁 준비 시작. 어제 메뉴에서 삼치구이를 추가했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생선구이 성공. 양상추 샐러드는 검은콩가루를 너무 부어버려서 흙샐러드가 돼버렸다.
.
남편이 도착했다.
도로시 원피스(내 맘대로 애칭)를 입고 현관문 앞으로 뛰어갔다. 다소 과해 보이는 복장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앞치마라고 강조했다. 남편은 별다른 반응도 없는데 나 혼자서 ‘이건 앞치마라 주방에서 입어야 한다’고 마음대로 말을 해댔다. 이상하게 말해도 웃어주는 남편이 참 고맙다. 능글능글미 이숭이와 태평양같이 마음이 넓은 남편의 콜라보.
.
영화 ‘엑시트’를 본다.
아이스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 두 조각을 꺼내서 먹는다. 재난영화라 심장이 쫄려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일기를 쓰고 남편은 글씨를 쓰고 폰이랑 놀고 있다. 알차게 보낸 금요일, 너무너무 피곤해서 눈이 반쯤 감긴 이숭이. 앞치마 입고 자러 가야지. 히히히. (갑자기 마무리하는 일기.. 피곤해서 이하 생략합니다ㅋㅋ)

작가의 이전글20191003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