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0월 3일 목요일,
할 일이 끝났다고 일기를 썼는데 다 날렸다.
하. 이럴 때 정말 지친다... 다시 쓰다니...
.
어제도 창문을 걸어놓고 자러 갔다.
곳곳에 태풍 피해가 있어, 더 이상은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내일 휴일이라 말똥말똥해야 할 남편은 하루가 피곤했는지 12시가 되기도 전에 곤히 잠들었다. 살금살금 그 옆으로 가서 조용히 불을 끄고 자는 이숭이도 곧 꿈나라로 떠났다.
.
어젠 태풍 때문에 난리였는데 오늘은 화창한 날씨가 반기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 마음을 졸이게 하더니 이거 너무 다르잖아.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태극기를 달았다. 어제오늘 극과 극인 날씨를 적응하려고 창문을 열어둔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예뻐 보였다. 살랑살랑 바람도, 저 멀리 보이는 깨끗한 산도, 파란 하늘을 보니 가을이 진하게 온 것 같다.
.
나는 프렌치토스트를 만든다.
남편은 커피를 내렸다. 남편은 따뜻하고 진한 커피, 나는 아이스커피 한잔이 앞에 놓여있다. 버터로 노릇노릇하게 구운 식빵이 맛있어서 그 자리에서 4개를 먹었다. 아로니아 다섯 알, 사과까지 먹는 우리의 브런치 타임. 동네빵집 식빵은 최고다 정말.
.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봤다.
대학생 때 봤는데 요즘 다시 보고 싶어서 찡찡거렸더니 남편도 궁금해했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배경, 파리가 아름다워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도 디테일한 표현에 놀라고, 요리를 잘하는 쥐에게 놀란다. 엄청난 요리실력을 가진 쥐한테 부러운 것도 처음이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모토로 요리꿈나무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
남편은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다.
나는 쉬는 날엔 그저 쉬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남편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거나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부지런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래서 오후에 그가 해낸 일은 사포질, 분리배출, 자동차 브라켓, 에어컨 필터 교체 등등. 다시 한번 그의 가벼운 엉덩이가, 쉬지 않는 체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
오늘의 첫끼.
청국장, 버섯구이, 양상추 샐러드, 비름나물 무침, 묵은지 무침. 꽤 그럴듯하게 건강식단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저녁식사. 마요네즈랑 케첩을 넣은 샐러드가 꽤 자극적이지만, 맛있어서 한번 더 리필해서 먹었다. 그리고 새삼 초록초록 반찬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다. 부디 다짐에서 끝나지 않기를.
.
동네 산책을 하고 왔다.
걷다 보니 마트에 도착했고 집엔 맨손으로 돌아왔다. 역시 마트에 가려면 밥을 먹고 가야 한다. 엄마는 마트에 가기 전에 늘 내게 밥을 먹였다. 충동구매를 크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랄까. 다행히 우리도 물욕에 휘둘리지 않았다. 결국 4km 정도 부지런히 걷고 오는 우리의 건강한 산책이 마음에 들었다.
.
동률님 티켓팅 성공의 기쁨, 감동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새벽에 자다 깨서 멜론티켓에 들어가는 이상한 버릇이 아마 콘서트 직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 남편과 내가 각각 성공을 해서 두장이 남았다. 취소표로 보내긴 아쉬워 양도 글을 남겨본다. 선입금 때문에,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는 불안함 때문에 불발이 계속됐다. 결국은 팬 분에게 소중하게 돌아간 티켓을 보며 의미를 되새겨본다. 과정은 쉽진 않았지만, 우리 잘했다고.

작가의 이전글20191002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