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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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화요일,
쫓기고 피하고 도망치는 꿈.
어젯밤엔 대학생이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폭격기가 팡팡 쏘아대더니.. 무서워서 이리저리 숨는 이숭이였다. 제일 겁이 났던 건 급류에서 아무리 수영을 해도 떠밀려 가길래 펑펑 울어버린다. 어찌어찌 피해 다녀서 살아남았지만 도망자의 삶은 너무나 힘들다. 결론 생존수영을 배우자. 당장은 아니더라도 배우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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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30일 차(요가 124일 차).
오늘은 리포머로 운동을 했다.
캐리지라는 바닥에 누워서 양 발에 줄을 걸어주고 발을 붙였다가 위로 쭉- 뻗는다. 이때 골반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하고 복부에 힘을 넣어 척추 분절 운동을 하는 동작. 그리고 두 다리는 45도까지 내려와서 유지.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발을 떼고 붙이기를 반복했다. 그거 말고도 코어를 강화시키기 위한 동작도 수없이 했다. 아직 근육이 없는 이숭이는부들부들 부르부르독(이거 알면 최소.... 80년대생). 하 오늘도 있는 힘, 없는 힘 다 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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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기 전에 마트에 들렀다.
저녁에 해먹을 재료를 사러 갔다가 눈에 들어온 취나물을 담고, 당근, 버섯, 우유를 샀다. 양배추를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건 다음에 사야겠다.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이불 빨래를 한다. 궂은 날씨 때문에 못했던 손님 이불을 마저 빨고, 우리방 이불도 세탁기에 넣었다. 은근히 들어오는 바람과 햇살에 빨래가 마르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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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는 골골골.
막 심하게 아픈 건 아닌데 안 아픈 것도 아닌 상태. 목이 따끔거렸다가 괜찮아졌다 하지만 저기압이었다. 어제부터 절식을 했으니 기운이 없는 데다가 눈치 없는 감기까지 찾아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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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밥은 해야지.
검정콩가루를 넣은 잡곡밥, 취나물무침, 두부부침, 김, 어머님표 밤묵. 예전에 배달의 민족에서 이벤트했던 사골곰탕팩이 있어 뜨끈하게 데웠다. 밥을 말아먹기 좋게 소금, 파, 당면을 넣는다. 호로록호로록. 남편이랑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나누며 먹는 밥은 따뜻하고 맛있다. 크. 인성은 탄수화물에서라더니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버린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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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꿈나무가 판을 벌였다.
온갖 재료를 펼쳐놓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도와달라는 말에 냉큼 바짝 옆에 붙었다. 남편이 마그넷에 자석을 끼우면 나는 바짝 밀어 넣는 작업이랄까. 콩콩콩 도움닫기를 하며 양손에 힘을 싣는다. 마그넷이 올망졸망 붙어있는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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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로’라더니 온도가 뚝 떨어졌다.
작년에 한로가 찬 이슬이 맺히는 날이라며 설명을 해줬다가, 나중에 이숭이 코에 콧물이 맺혀서 깔깔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나를 놀린다고 리쌍-Rush 노래를 부르며 ‘지나간 날은 모두 뒤로(뒤로) 다가올 날을 향해 한로!!!!’를 외치는 남편. 아니나 다를까 내 두 콧구멍엔 쌍콧물이 맺혀 있었더랬지. 콧물로 평화를 찾은 밤. 따뜻한 차 마시면서 영화 한 편 봐야지. 우리 모두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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