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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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수요일,
7시에 눈을 떴는데..
왜 눈을 감고 있을까. 우리는 10시 반에 벌떡 일어났다. 아, 생각보다 너무 많이 자버렸다. 오랜만에 남편이 늦잠을 잔 건 좋지만, 그래도 너무 자부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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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곧바로 자동차 브라켓을 바꾸러 갔고 나는 씻고 나와서 살방살방 움직였다. 세탁기를 돌리고 둘이서 라면을 끓여먹는다. 물 조절을 실패해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을 표현했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는 동안에 남편은 빨래를 널었다. 아, 태극기도 달았다. 외출하기 직전까지 꽤 바빴던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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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동으로 출발.
파란 하늘을 보니 영락없는 가을이었다. 예쁘다는 감탄사도 여러 번 하게 되는 날씨가 벌써부터 감동이다. 동네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지은이 가족. 통영도 아닌 대구에서 만나다니 신기한 타이밍이었다!!!! 금방 헤어진 건 아쉬웠지만, 인증샷 찰칵찰칵 남기고 각자의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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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로 온 이유는 남편의 원데이 수업이 있어서였다.
제니스 보타리에서 라탄 공예 수업을 듣기로 한 남편. 목공꿈나무에서 라탄꿈나무로 언제 갈아탈지도 모른다. 사장님이 내어주신 정성스러운 아이스커피랑 토스트를 먹고는 나는 살며시 빠져나왔다. 선생님, 우리 남편 잘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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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유부인이 된 이숭이.
삼덕동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오브젝트에 가서 지갑을 열고, 편집샵에 가서 지갑을 또 열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읽다가 발이 향하는 곳에 마음껏 발을 디뎠다. 골목마다 펼쳐지는 감성, 그리고 선물 같은 가을 하늘. 동화 속에 온 것 마냥 귀여운 구름들이 내 시간을 예쁘게 채웠다. 카페에 가려다 그냥 벤치에 앉아 사색을 하고, 폰으로 놀다 보니 어느새 남편 수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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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업장소로 돌아갔다.
염색을 하는 동안 홍차랑 쿠키, 군고구마를 먹는 세 사람. 인연, 운명적인 타이밍, 인생, 라탄 공예 등등 다양한 주제를 던지며 주고받는다. 라탄으로 뭉친 이 시간 또한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을 거라 믿고 즐거운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라탄백, 너무 귀엽잖아!!! 남편은 새로운 기법을 배워서 좋고, 나는 가방이 생겨서 좋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캬. 꼼지락꼼지락 거리며 열심히 만든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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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추워라.
근처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패티가 두툼한 햄버거를 신나게 뜯어먹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 목공꿈나무는 마그넷에 그림을 새기고 나는 옆에서 일기를 쓰고 남편 옆에서 까불까불. 컬러풀한 옷을 걸치고 있는 미대오빠 스타일. 오늘도 우리는 따뜻한 우엉차 한 잔을 나눠 마시면서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