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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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토요일,
이팔청춘 아트페스티벌 D-Day.
그렇게 늦게 잔 건 아니었지만 피곤에 찌든 우리는 아침부터 골골거린다. 둘 다 감기 초기 증상인지, 코가 막히는 바람에 콧소리랑 찡찡거림이 심해졌다. 무엇보다도 잠이 고파서 더 자고 싶은 유혹이 넘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라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통영 마켓. 둘째, 예삐의 아침이 걱정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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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 모두 비슷한 시간에 준비를 하느라 마음이 바빠 보였다. 예삐는 대학교 면접을 위해 한 시간 거리를, 우리는 아트마켓을 위해 두 시간 거리를 달려가기로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침밥을 포기하고 요거트 하나를 건네줬다. 그녀를 버스정류장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바로 통영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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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싣고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다.
샌드위치랑 아이스커피로 배를 채웠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 곳곳에 보이는 황금들녘에 반하고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를 보며 놀랬다. 부디 우리가 늦지 않게 도착했으면. 행사가 진행되는 시간엔 부디 바람이 잠잠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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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쯤에 도착한 세자트라숲.
짐을 내리고 하나둘씩 테이블을 채워가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이숭이머리가 산발머리 되는 건 물론이고 엽서, 스티커가 퐁퐁 날아간다. 심지어 파라솔까지 도망을 다니고 있었다... 오늘 우리들의 마켓은 괜찮을까....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 작가님들이랑 바닥에 앉아서 사이좋게 점심을 먹었다. 너무 더워서 밥이 들어가지 않는데, 배고픔보다는 체력을 유지하려고 먹는 식량이랄까. 후다다닥 먹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부스를 지키기 시작했다. 곧 마켓도 OPEN. 오늘도 인사 왕이 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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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손님을 비롯해 친구, 동생, 전 직장동료, 친구 부부, 친구 커플, 우리가족 등 이숭이월드에 찾아와 얼굴도장을 찍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 더울까 봐 아이스커피와 달달한 에그타르트를 주는 동생들, 혹시나 배고플까 봐 과일에 호박식혜랑 간식을 싸온 엄마의 마음까지 더하면 오늘도 복 많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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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사람들, 이숭이와 덕숭이 이름을 듣고 즐거워하는 꼬마숙녀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싱긋 웃어주는 대표님들과 스탭들, 오늘도 든든한 동료이자 멋진 남편이 있어 이숭이월드의 두 번째 야외 마켓도 잘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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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초록초록 공간에서 이숭이월드를 소개하고, 통영 청년미술작가로서 활동을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스러웠던 하루였다. 공기를 타고 흘러 다니는 노래와 음악으로 귀호강도 했던 날. 찬 바람 때문에 꽤나 고생했지만 이것 또한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겨질 것 같아 소중해진다. 주황 불빛 조명은 또 왜 이리 예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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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나고 통영 다찌 스타일로 차려진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작가님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마저 의미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잠들기 전에 하루를 마감할 때면, 늘 ‘마켓을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여러모로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오늘도 이숭이월드는, 나는, 우리는 성장하고 있을 거라 믿으며, 발 뻗고 자러 가야지.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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