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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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일요일,
스르르 잠들고 스르르 일어나는 일요일.
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쿨쿨쿨 잤다. 10시에 미용실을 예약한 남편은 후다닥 씻고 나간다. 나는 오늘도 침대 애벌레 예약. 꿈틀꿈틀. 한참을 꼬물거리다가 11시가 되어서야 땅에 발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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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훨씬 훨씬 깔끔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알게 모르게 머리카락이랑 손톱이 쑥쑥 자라고 있다. 어깨선을 닿지 않던 내 머리카락 길이도 쇄골 위치까지 자랐다. 진득하게 머리를 기르고 싶은데 끝이 갈라져서 또 잘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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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커피를 내린다.
여름에는 2일에 한 번씩은 내리던 커피도, 날이 추워지니 커피의 키읔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신선한 원두들도 이제는 시기가 지나서 버려야 할 듯.. 언제나 아이스커피를 추구하던 나는 따뜻한 걸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어제 선물 받은 대왕만 한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너무 커서 질질 흘리고 먹었지만 소스도 리코타 치즈도 다 맛있어서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프링글스도 한 통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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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동안 애니메이션 ‘UP’을 봤다.
대학생 때 봤지만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봤던 영화도, 책도, 드라마도 늘 새로워서 궁금해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부부가 나오는 모습은 찡해지고 강아지가 나오는 부분에선 둘 다 너무 웃겨서 빵- 터지고 말았다. 어쩜 개의 특징을 잘 살렸을까. 디테일한 표현에 놀라게 되는 애니메이션. 중간쯤 보다가 남편은 부모님 일을 도와드려야 해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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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마켓에 다녀온다고 쌓인 짐을 치웠다.
산처럼 쌓인 옷도 개어 넣는다. 흰색만 골라내서 세탁기를 돌리고 여름옷 정리를 끝냈다. 옷장 정리를 하고 싶을 때가 잘 없기 때문에 생각났을 때 바로 움직였다. 가벼운 옷은 들어가고 도톰하고 따뜻한 옷들이 등장했다. 겨울이 오긴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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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끝내고 누워서 폰을 가지고 논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을 거라는 남편의 연락에 혼자서 야끼소바 컵라면을 꺼내 먹었다. 마요네즈까지 쭉쭉 짜서 먹으니 더 꿀맛이다. 거울을 보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돌아왔다. 녹초가 됐다. 주말인데도 쉬지 못하고 일을 도와드렸던 남편의 일요일이 거의 다 지나버렸다. 토닥토닥해주고는 아까 보다 만 애니메이션을 다시 틀었다. 피로를 달래주는 탄산수와 콘칲 한 봉지. 알차고 알찼던 주말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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