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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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토요일,
우리가 좋아하는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다음 날에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잠들기 싫어서 늦게까지 버티곤 한다. 남편은 유튜브에 빠지고 나는 동물 온천 게임에 빠진 새벽. 이비가짬뽕 광고를 수십 번을 보고, 돈을 모으다 두시에 겨우 폰을 내려놓고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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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편은 일찍 일어났다.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씻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때부터 시작된 폰 게임. 부지런히 광고를 돌려야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땐 4마리였는데 욕탕엔 40마리가 넘었고, 없던 휴게실이랑 사우나까지 만들었다. 사우나에서는 고구마, 버섯, 찰떡을 구워먹을 수 있다. 이거 뭐야.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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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갑자기 영화를 봤다.
‘판소리 복서’를 보는데 익숙한 장소가 나왔다. 내가 사랑하는 통영, 그리고 서피랑. 그 순간엔 잠깐 폰을 내려놓고 통영 경치에 푹 빠져서 봤다. 판소리와 복싱이 상상이 안되지만, 그 두 개를 합친 그런 영화였다. 배우 엄태구 목소리는 독보적인 저음이다. 너무 낮아서 신기한지 계속 따라 하고 싶게 했다. 우리는 몹쓸 연기까지 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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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동네빵집행.
집에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혹시나 추울까 봐 꽁꽁 껴입고 갔더니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덥다. 흐린 하늘과 낙엽을 구경하면서 걸었더니 어느새 도착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되는 폭스브롯. 결국은 두 군데를 다 가게 된다. 빵 봉지를 덜렁덜렁 들고 올드 매장에서 커피랑 같이 빵 파티를 열었다. 정신없이 먹고 나서 다시 폰을 집어 들었다. 게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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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질 때쯤에 밖으로 나왔다.
걸어온 만큼 다시 걸어갔고, 내일 사갈 김밥집에 들러 김밥 여섯 줄을 예약했다. 오후 여섯 시 반인데 아홉 시는 된 것 같다. 반대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또 영화를 보는 우리. 두 번째 영화는 ‘가장 보통의 연애’. 동백이가 나오는데 용식이가 생각나는 건 뭐람.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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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 시에 왕뚜껑을 뜯었다.
속이 안 좋은 남편을 놔두고 혼자 라면을 먹는다. 집에 맛있는 냄새는 다 풍겨놓고 한 손엔 폰을 들고 한 손은 라면을 잡는다. 게임중독 이숭이는 그 순간에도 광고를 누르며 아이템을 부지런히 모았다. 일기도 다 썼으니까 다시 나는 게임하러 고고고. 귀여운 ‘동물 온천’ 게임 같이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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