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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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토요일,
생각보다 일찍 잠을 자러 갔다.
신나는 토요일을 위한 전야제라고 할까나. 오랜만에 남편 옆에 누워서 꽁냥꽁냥, 이런 장난 저런 장난을 치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깨서 남편한테 이불을 덮어주려고 휘리릭 던졌는데,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이불. 그 새벽에 장난을 치는게 웃겨서 낄낄낄. 웃다가 또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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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10시에 집을 나서는 것.
8시 40분에 잘 일어났고 샤워도 하고 잘 씻고 챙겼는데.. 굼벵이 이숭이가 늑장 부리는 바람에 10시 30분에 밖을 나왔다. 아 기다리고 고 기다리던 동네빵집으로 렛츠고. 11시 오픈인지도 모르고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빵을 담았다. 갓 나온 빵을 먹는 기쁨이란. 모닝커피와 모닝빵의 조화로움. 그리고 조용한 곳에서 잔잔하게 보내는 우리의 시간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너무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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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내로 가보자.
오늘 날씨 무엇이냐. 낮 온도가 올라가길래 옷 한 겹도 냉큼 벗어놓고 왔는데 덥다. 사람들의 사계절 패션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 지하철을 타고 봉산 문화거리로 달려갔다. 롤드페인트로 가서 챔지 싸장님도 만나고, 알록달록 마스킹 테이프 구경도 하고 내 마스킹 테이프도 눈으로 직접 보니 흥이 차올랐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예쁘게 채워진 공간이 신기하기도 하고 싸장님은 더 멋있고. 사람들 틈에서 미니랑 나랑 남편이랑 셋이서 올망졸망 책갈피 체험을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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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닝에 들러 또 빵을 먹는 우리.
두세 시간마다 뭔가를 먹고 있길래 ‘신생아’라는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사장님의 추천 메뉴 감자 토스트랑 스페셜 토스트를 사이좋게 나눠 먹고 다시 움직여본다. 조용한 곳에 있다가 사람 많은 곳으로 나오니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아쉬운 건 뒷목 통증 때문에 삐걱삐걱 고장 난 이숭이의 목. 띠리띠리 나는야 로봇. 난생처음 겪어보는 경험에 시내 구경이 쉽지 않았다. 잉. 내 목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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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게, 소품샵, 길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다 가 음식점으로 갔다. 또 먹을 시간이 되었나. 지난번에 먹은 아이스크림 파스타가 생각나서 또 찾았다. 리조또랑 파스타, 덮밥 그리고 맥주까지 술술 넘어가는 저녁식사. 배가 안 고프다더니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먹은 건 뭐지. 그다음엔 펍에 가서 또 맥주 한잔을 들이켜본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남편의 성대모사 덕분에 자주자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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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 놀지 못하는 이 아쉬움이란..
12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각자가 가진 가장 내추럴한 상태로 편안하게 늘어져있다. 나는 아픈 뒷목을 붙잡으며 일기를 쓰고 있고, 남편은 오늘 만든 책갈피를 구경하고, 미니는 방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다시 모여보세.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고 놀자 우리. 본격적으로 이 밤을 붙잡아보자 동무들. 나타나라 미니, 남편. 놀자 놀자 밤이 새도록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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