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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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토요일,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엉덩이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전기장판에 양말도 벗어던지고, 이불을 걷어차기도 했다. 새벽 두 시 반에 일기를 다 쓰고 맞춤법 검사도 할 여유가 눈곱만큼도 없었던 이숭이는 곧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알람이 울려도 피로와 숙취로 비몽사몽 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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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참 넓고 가볼 곳이 많은데..
여유가 생기면 찾고 또 찾는 장소가 있다. 이번에도 별 고민 없이 망원동을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 서울여행의 재미. 주차장을 찾지 않아도 되고 교통체증에 고통받지 않아서 좋은 대중교통의 매력. 그렇게 우리는 망원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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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하고 신선한 농산물에 눈이 돌아가는 망원시장.
집 앞에 이런 곳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어느 날은 과일 한 봉지를 사서 집에 오고, 어느 날엔 떡볶이로 한 끼를 먹는 소소한 하루들. 여기서 유명한 닭강정을 사 먹었다. 어제저녁은 닭고기 햄버거, 야식은 가라아게, 오늘 아침 겸 점심은 닭강정. 닭이 우리 식단에 자주 등장하고 있었다니. 디저트로 어묵 한 개, 매운 떡볶이 한 그릇을 비우고 곧 고로케, 찹쌀 도너쓰를 또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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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망원동의 땅값,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 계속 늘어나는 상권들. 모든 이야기들은 몰라도, 단순하게 망원동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여행객과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강아지랑 산책 나온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우리처럼 놀러 온 사람들 등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바쁜 망원동 여행. 소품샵도 가고 개성 있는 가게들과 간판들은 흥미로운 영감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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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가보고 싶었던 카페로 들어간다.
워낙 카페가 많아서 고민했지만, 이름대로 작은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처럼 추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와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남편은 잔잔한 휴식시간을 가져본다. 그 시간 동안 너무 북적이지 않아 좋았던 분위기가 떠올라, 오늘 하루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벌써 이 동네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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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중교통에 몸을 맡긴다.
그다음 장소는 홍대 거리. 젊음을 느끼고 싶은 삼십 대는 청춘의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그중에서 제일 좋았던 오브젝트 서교점. 들어서자마자 남편은 내게 ‘자, 놀아라’하며 자유시간을 준다. 산책 나온 강아지에게 목줄을 풀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1층부터 4층까지 오르락내리락거리며 질릴 정도로 구경을 했다. 이제는 이 곳을 떠나도 될 정도가 되면 남편 곁으로 다가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야금야금 돈을 썼다고 하는데.. 물욕을 뿌리치기 힘든 이숭이의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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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남편 친구를 만났다.
우리가 좋아하는 용산역 족발가게. 서울에 가면 종종 들르는 곳이다. 다른 곳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족발이 부드럽고 맛있다. 골뱅이무침은 어찌나 시원한지. 남편이 골뱅이를 하나도 못 먹었는데 혼자서 야금야금 일곱여덟 개를 먹었던 이숭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족발을 다 먹고 또 반반족발을 시키는 우리의 식성은 어마어마하다. 여기서 맥주랑, 해물파전까지 골고루 다양하게 먹는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먹고 놀아야지. 바나나킥은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11월 마지막 밤은 끝없이 먹다가 끝나버렸다. 잘 놀았다. 서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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