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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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일요일,
유튜브로 듣는 재즈음악.
챙겨간 키보드로 일기를 적고 있는 동안에 남편은 폰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따뜻한 장판에, 폭신한 이불에, 우리의 온기에 의지하는 밤. 그리고 조용히 찾아온 아침. 일찍 나가자는 약속은 잊혀지고 꾸물꾸물 거리는 굼벵이가 되었다. 비가 와서 일어나기 힘들었던 담쟁이 원투. 뒷목 담에서 살짝 벗어났더니 남편이 담쟁이가 됐다. 담도 옮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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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지인 집에서 신세를 졌다.
당연한 일이 아닌 걸 알기에 고맙고 감사했던 마음. 처음에 왔을 때의 상태가 되도록 최대한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나왔다. 10시면 출발할 줄 알았던 우리는 남편 친구를 만나서 점심까지 거하게 먹고 일어났다. 흐리고 비 내리는 날엔 뜨끈한 음식이 최고. 김치찌개, 메밀 칼국수와 비빔막국수를 열심히 먹었다.
대구로 내려오는 길에는 동률님 콘서트 셋 리스트대로 음악을 들었다. 돌고 돌아 세 번 정도 반복할 때쯤 도착한 우리. 그 사이에 동률님 노래를 자장가 삼아 한 시간을 쭈욱 잤다. 눈을 뜨면 떠들거나 간식을 먹고, 아니면 휴게소에 가서 소시지를 뜯는 이숭이는 여전히 먹고 노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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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시부모님 댁으로 갔다.
통영에서 보낸 굴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 아버님과 남편은 생굴을, 어머님과 나는 데친 굴을 공략했다. 굴로 배를 채웠는데 끝이 아니었다. 1부는 바다, 2부는 육지. 갑자기 수육 파티까지 이어진다. 김, 배추쌈, 깻잎쌈, 김, 김치로 쌈 싸 먹는 우리들은 배가 부르다고 하면서 다 먹고 말았다. 과일까지 못 먹을 것 같다고 했는데 사과랑 감이 이미 뱃속으로 들어갔다. 함께 설거지를 끝내고 남편은 어머님표 부항을 뜬다. 등에 스팸햄, 페퍼로니 햄처럼 빨간 자국이랑 맞바꾼 담쟁이는 다행히 목이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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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짐을 후다닥 정리했다.
며칠간 비운 집을 따뜻하게 데운다. 온기가 채워짐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동률님의 노래들. 콘서트에서 꼭 듣고 싶었던 노래들이 있었는데, 몇 곡이 나와서 벅찰 정도로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굳이 그 노래가 아니어도 그저 좋은 이숭이는 기승전동률님. 남편과 함께 갈 수 있어서, 그 공연을 같이 느끼고 와서 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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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1월 마지막 날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버려 깜짝 놀랐다. 하루만 지나면 12월인데, 일기를 쓰는 지금은 하루가 다 끝나가고 있었다. 찬찬히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욕심부리지 않고 잔잔한 12월이 되기를. 우리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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