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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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토요일,
보일러를 심하게 틀어놓고 잤더니 더운 밤이었다.
전기장판까지 켜놨으니 더울 수밖에. 힘껏 양말도 벗어던지고 이불, 담요 다 걷어차고 자다가 4시쯤에 보일러를 끄고 들어간다. 자다가 들리는 남편의 외마디, 으악. 여전히 담의 늪에 빠져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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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나갔다.
집 곳곳엔 활활 타오르던 금요일 회식 흔적이 어마어마하다. 맥주, 막걸리, 복분자 담금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둘 다 상태가 괜찮았고 숙취가 없다. 못 생길 정도로 좀 많이 부은 거 말고는.. 어제의 잔해들을 치우고 볕이 들어오는 우리집의 분위기를 마음껏 느껴본다. 혼자서 해장을 하고 영화 ‘집으로’를 봤다. 꼬꼬마 유승호는 얄밉지만 그래도 귀엽다. 할머니와의 정이 많진 않아도, 큰집에 가면 ‘공주 왔냐’며 불러주시던 그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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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분 정도 단꿈에 빠졌다.
그 사이 부재중 전화 한 통, 집으로 온다는 남편의 문자가 와있다. 금방 깬듯한 모습으로 맞이했다. 안 그래도 아픈데 담 걸린 몸으로 일하고 온 남편에게 고생했다며 어깨 등, 날갯뼈 쪽을 주물러준다. 본격적인 토요일 즐겨보자. ‘나의 아저씨’ 12화부터 15화까지 연달아 본다. 드라마가 나오는 동안에 산처럼 쌓이는 밀감 껍질들. 둘이서 한 20개는 까먹은 것 같다. 아까 낮에 혼자서 10개는 먹었을 텐데... 도합... 20개?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밀감 덩어리를 상상하니 웃긴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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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니까 통닭을 먹어야지.
한참을 뭘 먹을지 고르다 겨우 시켰다. 또래오래 단짠윙봉을 뜯는 그 순간이, 오늘이 제일 편하고 편안하다. 드라마를 보다가 성대모사에 웃음 터지고 등을 좀 밟아달라길래 꾹꾹 밟으려는 내 모습을 보며 웃음 터지는 우리. 옥구슬 굴러가듯 깔깔깔 웃는 나를 보며 자기도 그렇게 웃고 싶다며 깔깔깔. 남들은 몰라도 우리만의 웃음 코드, 개그 코드가 있어 참 재미있다. 오늘도 땡큐. 감사한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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